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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찬식]‘바다이야기’

입력 | 2006-08-17 20:15:00


에이원비즈라는 국내 회사가 만든 오락기기 ‘바다이야기’는 2004년 말 출시된 이후 성인오락실을 평정했다. 700만 원짜리 기기가 4만5000대 이상 팔렸다고 한다. 1만 원짜리 지폐를 투입하면 빠찡꼬처럼 여러 무늬가 자동으로 돌아가다 정지한다. 무늬가 일치하면 최대 250만 원까지 문화상품권을 받는다. 전문용어로 ‘릴 게임’이라고 부른다.

▷성인오락실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것은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차츰 늘어나던 오락실은 릴 게임이 본격 등장한 노무현 정부 첫해에 회심의 전기(轉機)를 맞게 된다. 릴 게임의 도박성과 중독성 ‘덕분에’ 오락실의 수익이 급격히 늘었다. 그해 문화관광부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오락기기 심의를 맡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릴 게임에 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당시 문화부 담당국장은 ‘인사 압력’을 거부했다고 해서 지난주 경질된 유진룡 전 차관이다.

▷‘바다이야기’는 오락실 업주들에게 최고의 효자상품이다. 2003년 4000억 원이던 오락실 매출액은 지난해 10조 원을 넘어섰다. 한적한 농촌에까지 오락실이 들어섰다. ‘땅 짚고 헤엄치는’ 황금시장을 보고만 있을 리 없는 조직폭력배들이 뛰어들었다. 경찰은 단속하는 시늉만 낸다는 말도 있다.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다. 성인오락실 이용자의 43%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계층이라는 조사 결과다. 오락실의 불빛이 화려해질수록 저소득층의 한숨소리는 깊어간다.

▷정부 여당이 오락실의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정권 내내 사태를 방치하거나 부추겼다는 얘기다. 그래서 ‘도박공화국’의 최대 공로집단은 참여정부라는 비판이 거세다. 유 전 차관이 릴 게임의 허가 연장에 반대했다가 정권에 밉보였다는 보도가 마침 나왔다. ‘바다이야기’ 관련자들에 대한 루머도 심심찮다. 어쩌다가 전국이 오락실로 뒤덮이는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할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