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 업계의 대표 주자인 진로와 두산이 20도 이하의 저도(低度) 소주 판매 경쟁에 본격 나섰다.
두산은 2월에 20도 소주 ‘처음처럼’을 내놓았다. 진로는 이에 맞서 이달 28일 19도대 소주인 ‘참이슬 후레시’(가칭)를 선보인다. 30도짜리 ‘쓴 술’이었던 소주는 1973년 25도로 낮아졌고, 1996년 23도까지 떨어졌다. 이어 2000년에 22도, 2004년에 21도로 소주 도수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업계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21도 밑으로 내려가면 소주 특유의 쓴맛이 사라져 애주가들에게서 외면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두산의 처음처럼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런 생각은 기우(杞憂)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처럼은 판매된 지 5개월 만에 1억 병이 넘게 팔렸다. 급기야 진로도 소주 20도 벽을 허물기로 결단을 내렸다.
진로는 5월까지만 해도 처음처럼의 인기가 단순히 호기심이 발동한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처럼(알코올 도수 20도)이 판매된 바로 다음 날인 2월 8일 내놓은 ‘참이슬 리뉴얼’도 20.1도짜리여서 맛 차이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담담해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두산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연초 5.2%에서 6월 말에 9.5%까지 치솟았다. 수도권 점유율은 7%대에서 15%대로 곱절 이상 늘었다.
19도짜리 새 소주를 내놓기로 한 진로는 “1990년대 두산의 ‘그린소주’ 돌풍을 ‘참이슬’이 잠재웠듯, 처음처럼도 도수를 낮춘 참이슬 후레시를 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두산은 1993년 말 경월소주를 인수한 뒤 그린소주를 내놓았다.
인수 당시 4.3%대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1999년에 16.1%까지 올랐다.
공세에 밀린 진로의 점유율은 1995년 49.7%에서 1999년에는 38.1%로 떨어진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에 진로가 1998년 10월 참이슬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고, 2000년 두산 소주의 시장점유율은 5.6%로 떨어졌다.
주류업계에서는 “저도주 경쟁이 치열해지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소주가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알코올 도수를 14∼16도까지 내려 마치 와인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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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