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가 사는 땅, 그러나 더 신비롭게 깊이 감춰진 땅이라 했던가. 한계령 9푼 능선에서 강원 인제군 현리로 빠져 드는 지방도로변 점봉산과 가리산을 가르는 골짜기가 있다. 이곳이 지도에도 없는 곳, 소설가 이순원이 말한 은비령이다. “어쩌면 저는 내일 당신을 보지 않고 떠날지 몰라요. 그러면 우리는 2500만 년 후에야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시간마저 멈춰 버린 절경, 소설 속 장면을 더듬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은비령 팔경이 그렇게 장관처럼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