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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X파일]‘날아가는 배’ 시험하다 뒤집힐 뻔 ‘아찔’

입력 | 2006-08-18 03:08:00

1997년 수중익선 시제선을 운항하다 배가 뒤집히기 일보 직전 사고를 면한 한국해양연구원 강창구 박사. 사진 제공 한국해양연구원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전몰형(날개가 물속에 잠겨 있는 유형) 수중익선 시제선을 시험 운항할 때다.

일명 ‘날아가는 배’ 위그선의 사촌뻘인 이 배는 물속에 날개가 있어 선체가 살짝 뜬 채로 매끄럽게 수면을 날아다니도록 제작됐다. 시제선을 바다에 띄우고 조심스럽게 속도를 높이자 배가 쏜살같이 나아갔다.

“좀 더 속도를 높여봐.”

속도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상황은 그 다음에 발생했다.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들썩거리던 배 앞부분이 조금씩 떠올라 어느새 40도까지 올라갔다. 속도가 빨라지자 물속 날개가 양력(뜨는 힘)을 받은 데다 선체 아래가 맞바람의 저항을 받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선체의 자세를 조절하는 제어장치가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꼼짝없이 죽는구나.’

뒤집히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함께 배에 탔던 후배 연구원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앞이 캄캄해지며 눈을 질끈 감는 순간 다행히 선체는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자칫하다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했던 것이다.

보통 위그선 개발에 앞서 이보다 좀 더 만들기 편한 수중익선을 만들어 본다.

전몰형 수중익선은 위그선과 닮은 점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속도를 내기 위해 파도와 싸워야 하고 비행기처럼 양력으로 선체를 띄운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일한 차이라면 수중익선은 물속 날개로, 위그선은 물 밖의 날개로 양력을 얻는다는 점이다.

배가 저절로 날아오를 정도로 두 선박의 빠른 속도는 오래전부터 정평이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금도 옛 소련에서 만든 위그선을 두고 ‘카스피 해의 괴물’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4인승짜리 위그선 시제기도 만들었고 곧 200명이 타는 실용화된 선박 개발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10년경이면 부산에서 제주까지 1시간이면 달릴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수중익선 실험에서 얻은 값진 경험의 산물인 셈이다.

물론 지금도 통영 앞바다에 얌전히 잠자고 있는 시제선박을 볼 때마다 당시 아찔했던 곡예비행을 떠올린다.

“통영 앞바다의 괴물아, 그래도 반갑다!”

강창구 한국해양연구원 위그선실용화사업단장 cgkang@mo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