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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멍드는 美수출기업]6개기업 694건 분석해보니

입력 | 2006-08-18 03:08:00


LG전자 특허센터 심대술 부장은 1990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특허통(通)’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툭 하면 날아오는 특허 소장에 이제 이골이 났다. 그는 사건을 맡긴 미국 현지 로펌 관계자들과의 미팅, 특허권자와의 합의, 재판일정 등을 챙기러 한 달에 한 번꼴로 미국 출장을 간다.

▽694건중 피소가 580건=본보가 미국 법률유료정보사이트 ‘렉시스’를 통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간 삼성 현대·기아차 하이닉스 LG그룹 대한항공 포스코 등 미국 수출비중이 높은 6개 주요기업 및 그룹이 미국에서 제소 또는 피소된 사건 수를 조사한 결과는 한국기업이 처한 현실을 잘 말해 준다. 총 694건으로 6년간 3일에 한 번씩 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그중 한국기업이 소송을 당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국기업이 피고인 사건은 580건으로 전체 사건의 80%를 차지한 반면 원고가 된 경우는 20%(111건)에 그쳤다. 3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 삼성SDI 등 정보기술(IT) 비중이 높은 삼성그룹이 6년간 제소 또는 피소된 사건이 275건으로 한국기업 소송 건수의 27%를 차지했다. 최근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높아진 현대·기아차가 183건으로 뒤를 이었고,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는 97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LG전자 LG필립스LCD 등 역시 IT 수출 비중이 높은 LG그룹 관련 소송이 81건, 대한항공은 52건, 포스코는 6건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의 경우 수출기업은 아니지만 인력 및 화물운송 등 미국기업과의 거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기업의 아킬레스건=한국기업은 제조물책임이나 반독점과 관련된 소송이 많았다. 소송에서 지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 줘야 할 사건들이다.

전체 사건 중 특허와 관련된 소송이 전체의 21.18%에 해당하는 147건에 이르렀다. 제조물책임 건으로 소송을 당한 사례는 138건으로, 전체 사건 중 19.88%를 차지했다. 반독점금지위반으로 제소 또는 피소된 건은 135건(19.45%)으로 집계됐다.

보험(3.46%) 상표권(2.88%) 저작권(2.74%) 고용(2.59%) 운송(1.73%) 등이 뒤를 이었다.

이호선 변호사는 “잇따른 소송으로 한국기업이 물어야 할 배상금도 커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리스크에 기업 비용부담도 가중=미국에서 소송 한 건이 끝나는 데 빠르면 2년이고 5∼7년 걸리는 사건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은 수임료가 수십억 원에 이르는데도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로펌 변호사에게 몇 년간 사건을 맡긴다. 소송에서 지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몇 해 전 미국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소송에서 불이익을 봤다”며 “국내기업으로서 미국 소송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언어 장벽도 있어 비싼 돈을 주고라도 미국 대형 로펌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국내기업은 전체 사건의 10%를 미국 내 상위 100대 로펌에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몇 해 전부터 회사 내 특허관련 업무를 지원해 줄 200여 명 규모의 특허센터와 사업부 내 지원 인력을 확충했다. 심 부장은 “인건비보다 특허 소송에서 질 경우 지불해야 할 배상금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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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법원 206건 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한국 기업 관련 소송이 제기된 곳은 39개 주와 1개 자치령의 법원으로 확인됐다.

한국 기업 관련 사건이 많은 주는 단연 캘리포니아였다. 한국 기업과 관련된 사건 694건 중 206건(35%)이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기됐다.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본거지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 간 합자회사나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법인 등이 많아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사건 수도 많았다.

텍사스 법원에 제기된 한국 기업 관련 사건 수는 73건으로 집계돼 캘리포니아의 뒤를 이었다.

LG전자 특허센터 심대술 부장은 “텍사스 법원의 경우 특허 관련 소송에 대한 심리 기간이 다른 주에 비해 짧은 데다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6년간 텍사스 내 법원에서는 미국의 반도체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을 상대로 낸 특허권 관련 소송이 많았다.

그 다음은 뉴욕(67건) 일리노이(37건) 미시간(22건) 버지니아(17건) 순이었다.

미국에서 친기업적인 환경을 갖고 있는 델라웨어에도 11건의 한국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 델라웨어에서는 회사를 설립할 때 세금을 내지 않아 미국의 주요 기업들 중 상당수가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서인도제도에 위치한 미국의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지난 6년간 14건의 한국 기업 관련 소송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美법률정보사이트서 2000~2005년 소송건수 검색

미국 법률정보유료사이트 ‘렉시스’(www.lexis.com)에서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6개 기업 또는 그룹의 영문명으로 미국 내 주 법원 및 연방 법원에 계류 중이거나 재판이 끝난 사건 수를 검색했다.

렉시스는 미국 법과대학원생에서부터 판사, 변호사, 기업 법무담당자에 이르기까지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검색사이트로 미국 전역의 주 법원 및 연방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을 검색할 수 있다.

검색 설정기간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로 제한했다. 법원은 주 법원과 연방 법원을 모두 포함했다. 미국의 경우 민사 소송가액이 7만5000달러를 넘는 사건에 대해서는 주 법원이 아닌 연방 법원에서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중관할권을 인정하고 있어 여러 주에서 동시에 사건이 진행될 수 있다. 전체 사건 수 중 일부는 중복된 경우도 있지만 주마다 다른 법률로 판단을 받기 때문에 별건으로 처리했다.

재판이 끝난 사건의 경우 판결문이나 외신 기사, 미국 법조계 전문지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이 원고인지 피고인지를 파악했고 확인이 어려운 경우는 각 기업 법무팀에 문의했다. 전체 694건 중 3건은 확인이 불가능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