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이상 장기 파업 중인 대학 직원노조가 수시 1학기 면접을 하루 앞두고 학교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자 학생들이 학교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노조 측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한국외국어대 직원노조는 16일 오전 총장과 재단이사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 30여 개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서울캠퍼스 곳곳에 걸었다.
이 대학 직원노조는 3월 박철 총장 취임 후 학교 측과의 단체협상에서 인사 및 징계위원회 의결 정족수, 비정규직원 정규직화 등의 문제를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4월 6일부터 17일 현재까지 134일째 파업 중이다.
총학생회 측은 수시면접이 있는 17일에는 고교 3학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기 때문에 이 현수막이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판단해 16일 오후 10시경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섰다.
총학생회 소속 학생 5명이 현수막 철거에 나서자 노조원 30여 명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고 2시간가량 욕설과 고함이 오갔다.
총학생회장 엄태용(24·아랍어과 4년) 씨는 “수시면접 기간만이라도 현수막을 떼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노조 측에 보냈지만 노조가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개강 전에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현수막을 걸고 철야 농성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와 노조 측은 학교 측의 중재로 ‘수시면접 기간에는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학교 측은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노조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조 파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