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전해수욕장과 증도면 사이의 갯벌을 가로지르는 길이 470m의 짱뚱어다리 야경. 해돋이와 해넘이, 야경이 모두 아름다운 신안군의 명소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짱뚱어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갯벌 풍경. 발자국 주변으로 칠게와 짱뚱어가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섬. ‘고립’과 ‘소외’의 땅. 그래서 외롭다. 그런 섬이 변하고 있다.
다리가 놓여 뭍이 되고, 송림 두른 해변에는 리조트가 선다.
827개 오로지 섬으로만 이뤄진 전남 신안군의 한 섬, 증도 이야기다.
갯벌생태공원 개발 덕에 휴양 섬으로 새로 태어난 증도로 안내한다.》
도시 사람들은 ‘섬’ 하면 겁부터 덜컥 낸다. 불편하리라는 지레짐작 탓이다. 그러나 모두 그렇지는 않다. 관광 섬은 특히 그렇다. 불과 15분의 물길, 그것도 카페리로 찾는 섬. 증도 가는 길은 이리도 수월하다. 수도권 주민이라면 서해안고속도로로 300여km를 달리는 운전 품을 팔아야 하지만….
1975년 증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송, 원대의 해저유물이 발견된 것. 그로부터 31년 후, ‘보물섬’ 증도가 다시 관심을 모은다. 한반도의 무수한 섬(제주도 제외)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민관의 투자로 건설된 ‘갯벌생태공원’이 문을 열었다. 여행 패턴도 휴식을 전제로 한 참살이형으로 옮겨가는 이즈음. 섬 휴양리조트가 도시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증도의 버지 선착장. 하루 예닐곱 차례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철부선(카페리)인데도 배 드는 시간이면 늘 장터마냥 부산하다. 2009년에는 다리가 놓인다니 이 모습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500m쯤 가니 거대한 소금밭이다. 국내 최대 규모(140만 평)의 태평염전이다. 연간 생산되는 천일염(1만5000t)은 국내 생산량의 7%. 얼마나 클까. 소금밭 가장자리로 난 둑을 따라 갔다. 2400m나 된다. 그 둑에 낡은 판자로 얼기설기 지은 소금창고 60여 채가 일렬로 서 있다. 그 풍경, 좀처럼 보기 힘드니 놓치지 말자.
염전 둑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혼자다. 적막하리만치 한산한 섬의 오후. 그 호젓함이 좋다. 도시에서라면 평생 가도 못 누릴 지극한 호사다. 둑길 끝에서 갯벌을 만난다. 번득이는 갯골의 수면이 눈부시다. 뉘엿뉘엿 먼 섬 산등성으로 지는 해가 반사된 탓이다. 갯벌 위로 지나는 긴 다리. 관광객용 ‘짱뚱어다리’(470m)다.
다리에서 갯벌을 내려다본다. 온통 짱뚱어 판이다. 짱뚱어는 바다의 메뚜기. 고물고물 기어 다니다가 갑자기 펄쩍 뛰어 저만치 날아간다. 짱뚱어보다 많은 것은 게다. 사각의 칠게, 집게발 한 쪽만 큰 농게…. 증도 갯벌의 주인은 짱뚱어와 게다.
증도 면소재지(증동리)를 잇는 짱뚱어다리의 한 끝. 고운 황금빛 모래사장, 우전이다. 검은 개펄과 황금 모래해변의 공존은 이곳 아니면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렇듯 증도의 자연경관은 특별하다. 그 해변은 길기도 길다. 폭 100m의 모래사장이 4km 이상 이어진다. 뒤편은 해송 숲이다. 황금빛 모래해변과 초록빛의 송림. 무채색의 갯벌에서 더더욱 돋보인다. 송림은 공중에서 보면 한반도 모양을 띤다고 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민관이 힘을 합해 건설한 갯벌생태공원(남해안 관광벨트사업중 하나)은 우전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있다. 바다를 향해 머리를 삐쭉 내민 듯한 돌출 지형의 바위절벽 위. 저층의 리조트건물이 그림처럼 들어앉았다. 최근 개장한 엘도라도 리조트(18동 103실)다. 함께 개장한 ‘증도갯벌생태전시관’은 절벽 아래에 있다.
리조트는 고급스럽다. 송림과 잔디밭으로 이뤄진 조경,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 들리는 좋은 위치, 통유리창으로 바다가 내다뵈는 자쿠지 욕조의 욕실…. 해수찜질방과 사우나, 야외 풀과 노천탕의 스파, 깔끔한 남도한정식 식당 등 시설도 참살이형 휴양객의 까다로운 요구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증도(신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