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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등 ‘애완동물 장례(葬禮)’ 법제화 논란

입력 | 2006-08-18 11:35:00


“애완동물도 한 가족인 만큼 사람처럼 경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애완동물 장례 운운은 가진 자의 사치이자 여유다. 매장 또한 환경만 오염시킨다.”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장례(葬禮)’를 법제화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이 17일 애완동물 장묘업 설치 관련 근거조항을 추가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촉발됐다.

개정안은 ‘동물 전용의 장례식장, 화장장, 묘지, 납골시설의 설치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설치·관리하고자 하는 자는 농림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시설을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토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법은 애완동물의 사체를 매장하거나 화장시켜서는 안 되고,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쓰레기봉투에 넣어 다른 쓰레기와 함께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애완동물관련 단체나 유관기관은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한국애견협회 박애경 사무국장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본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행법상 매장이나 화장은 불법이며, 합법적으로 하려면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된다”며 “사랑하던 가족을 어떻게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릴 수 있나. 대부분 산에 암매장한다”고 덧붙였다.

애완견 화장장을 운영하는 ‘아롱이천국’ 장효현 사장도 “현재 국내에는 5~6군데의 애완견 화장장이 있는데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영업하고 있다”며 “법제화가 돼 규정에 맞게끔 시설을 갖출 수 있다면 애견인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견인들도 환영하기는 마찬가지.

안형준(28, 성남시 분당구) 씨는 “가족처럼 함께 지내던 개가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게 가슴 아팠다”며 “함께 살며 쏟았던 정을 추억할 수 있도록 법안을 빨리 정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한나(25, 경기도 안산시) 씨도 “법안이 빨리 마련돼 경건하게 정성을 다해 장례를 치러주고 납골당에 보관해 생각날 때마다 찾아갈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동물보호법’ 개정안 중 장례식장 설치나 매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미영(32, 서울시 강서구) 씨는 “가진 자나 애완동물 전용 장례식장에서 개나 고양이의 장례를 치르지 돈 없는 사람이 그런 배부른 소리 할 수 있겠냐”며 힐난했다.

서금영(28, 서울시 강남구) 씨는 “약수터 같은 곳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애완동물의 분비물이 물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라며 “매장이 합법화될 경우 개나 고양이를 묻은 곳에서 병원균이 지하수나 물로 흘러들어 전염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