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금난새 지음/259쪽·9800원·생각의 나무
철학과 논술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우리들의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우리들의 삶을 새롭게 고양시켜 줄 좋은 안내서다.
클래식은 잘못된 소문의 한가운데에 있다. 클래식은 어렵다고 한다. 또 대중음악과 달리 고급 음악이라서 아무나 가까이 할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클래식은 값비싼 오디오로 들어야 한다고도 한다.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클래식에 대한 이 모든 소문들이 사실은 선입견과 오해의 결과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특별한 룰을 알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놀이와 달리, 클래식은 그저 최소한의 룰을 알아야 즐길 수 있는 야구 경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열여섯 명의 음악가를 작품과 성격이 대조되는 둘씩 짝지어 설명한다. 대상의 속성과 특징을 쉽고 분명히 일러 주는 설명 덕분에 아무 연관 없이 뚝뚝 떨어져 있던 여러 현상과 지식이 긴밀한 인과관계로 묶여진다.
바로크 예술의 장엄성이 사회경제적 변화나 학문의 발달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나아가 한 시대의 보편적 이상이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종합적 이해는 지루하기만 했던 음악사에 재미와 체계를 더해 준다. 한 걸음 나아가 책의 곳곳에 소개된 음악가의 초상화나 음악과 관련된 수많은 그림 자료는 독자의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불멸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수많은 음악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한없는 열정이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음악가로서의 치명적인 장애를 남다른 열정과 의지로 극복해 낸 베토벤을 보자. 피아노가 없어 기타로 작곡해야 할 만큼 가난하면서도 가슴 저미는 음악을 남긴 슈베르트의 경우는 어떤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술집과 식당을 돌면서도 음악가의 꿈을 잃지 않았던 브람스도 마찬가지다. 관심과 열정은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천재성을 발굴하는 계기가 됨을 우리는 이들을 통해 배운다.
속도가 미덕인 세상에서 이미지(겉모습)는 본질(참모습)을 압도한다. 어쩌면 인문학의 위기라는 시대에 철학과 논술이 강조되는 까닭이 여기 있는지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의 끝자락, 클래식을 통해 삶의 깊이와 안목을 일러 줄 느리고 긴 호흡을 익혀 보면 어떨까?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