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국산 담배에서 ‘라이트’, ‘마일드’, ‘로(low)타르’ 같은 표현이 사라질 전망이다.
워싱턴 주 연방법원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는 17일 미 정부가 필립모리스와 8개 대형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의 표현들이) 다른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줘 소비자를 속여 왔다”며 이 같은 용어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케슬러 판사는 또 담배회사들이 신문과 TV광고, 홈페이지를 통해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1724쪽에 이르는 장문의 판결문에서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해악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 축소 및 은폐해 왔다. 이는 불법소득행위 금지법(racketeering laws) 위반”이라고 밝혔다.
케슬러 판사는 “담배회사들이 청소년들에게까지 건강에 치명적인 제품을 팔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이나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흡연 중독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니코틴 함량을 조작했고, 관련 서류를 파기했으며, 연구 조사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케슬러 판사는 정부가 담배회사들에 금연 캠페인 비용으로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100억 달러의 벌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금연 프로그램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되므로 법원이 이를 명령할 수 없다는 것.
케슬러 판사의 판결에 대해 미국 법무부는 “금전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이번 판결이 미국 국민의 건강에 의미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9년 제기돼 7년 동안 진행돼 왔다.
일부 금연단체는 “담배회사들이 8년 전 2460억 달러의 보상금을 주기로 합의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번 판결은 별다른 제재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