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 검색대.
한 남자가 공항 검색대로 가까이 오면서 끊임없이 짐을 만지작거렸다. 손가락을 턱에 대곤 하더니 검색대에 도착할 무렵엔 담뱃갑에 손을 뻗었다. 공항 내부에서는 금연인데도…. 이윽고 검색대 뒤쪽에서 그를 쳐다보던 교통안전국(TSA) 관리 2명이 다가가더니 순식간에 이 남자를 끌고 갔다.
이들은 덜레스 공항에 배치된 TSA 소속 행동분석관. 폭탄이나 총, 칼 대신 얼굴에 나타난 ‘악의(惡意)’를 찾아내는 게 이들의 임무라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스라엘로부터 테러범의 공항입국 관리 노하우를 배운 미국이 공항 보안을 위해 행동분석 프로그램을 새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에서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얼굴 표정, 몸짓, 눈 움직임, 목소리에 변화가 생긴다는 게 이런 검색방법을 도입한 배경이다.
미국 검색요원 4만3000명 가운데 특수 훈련을 받은 행동분석관은 극소수. 아직은 10여 개 공항에 배치됐을 뿐이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액체폭탄 테러 음모가 적발된 뒤 이들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인 이 검색방법을 두고 벌써부터 반론도 만만치 않다. 승객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별도로 끌어 내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다는 것이다.
덜레스 공항의 경우 지금까지 9개월 동안 행동분석 검색방법을 실시해 왔다. 그동안 이 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탄 승객은 모두 700만 명. 500∼600명이 수상쩍은 행동거지 때문에 추가 조사를 받았고 50명은 경찰조사까지 받았다.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사람은 6명. 대부분 이민법을 위반했거나 위조문서를 소지한 사람이었다.
장기화된 테러와의 전쟁 시대로 인해 ‘떨면 잡힌다’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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