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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바다이야기’ 의혹 ‘미봉 수사’는 안 된다

입력 | 2006-08-21 03:00:00


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 의혹에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 씨와 권력 주변 인사들의 관련설이 거론되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제 검찰은 바다이야기 제작사인 에이원비즈와 판매사인 지코프라임 대표이사를 당첨 허용 상한액을 2만5000배까지 늘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은 당첨 허용 상한액 같은 것이 아니다. 사행성이 극도로 높은 게임이 영상물 등급 심의를 비롯한 인허가 규제를 통과한 전말과 대통령 조카 등과의 관련 여부(與否)부터 밝혀야 한다.

노 대통령과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조카 노 씨와 바다이야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의 의혹 제기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역(逆)홍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전 수석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와 왜곡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양쪽 다 위협으로 들릴 소지가 있으며,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통과를 둘러싼 외압 여부, 노 대통령 조카의 바다이야기 인수 회사 이사 근무 전말, 권력 주변 인사들의 경품용 상품권 관련 여부 등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조카 노 씨가 이사로 있던 우전시스텍 임원은 “노 씨는 별로 할 일이 없어 회사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 씨가 2년 동안 이사로 있으면서 받은 연봉이나 스톡옵션 10만 주는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 노 씨 스스로 우전시스텍이 자신을 영입한 이유로 “대통령 덕을 볼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검찰이 바다이야기 관련 회사를 지난달 6일 압수 수색했는데, 노 씨는 하루 전인 5일 사임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찰은 바다이야기 관련 의혹 전반에 걸쳐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지난날 정권의 눈치나 보며 ‘해명성 수사’를 한 뒤끝이 어떠했는지 검찰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