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35·클리블랜드)은 요즘 ‘돈이 원수다’란 말을 절감하고 있을 듯하다.
트리플A 버펄로 소속의 최향남은 21일 현재 8승 5패 평균자책 2.50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팀 내 다승 2위이자 평균자책 1위다. 그것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팀에 기여한 결과다.
성적으로만 보면 최향남은 엔트리가 40명으로 늘어나는 9월 2일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만하다.
그러나 9월이 되어도 최향남의 메이저리그 승격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최근 그는 구단 관계자로부터 “두 명 정도 메이저리그로 부를 예정인데 트리플A의 젊은 선수들이 좋지 않으면 최향남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젊은 선수 중 한 명은 제레미 거스리(27)다. 최향남보다 성적(7승 5패 평균자책 3.09)이 다소 처지는 그는 올해 여러 차례 빅리그의 호출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13일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 땜질 선발로 출장했다. 그가 빅리그로 올라간 사이 최향남은 트리플A 로체스터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시즌 7승째를 따냈다.
거스리는 한 경기를 던지고 다시 버펄로로 내려왔고, 최향남은 다시 선발 자리를 잃었다. 최향남은 19일 오타와전에서는 구원 투수로 등판해 8승째를 거뒀다.
최향남과 거스리의 차이는 바로 돈과 나이다. 베테랑 투수 최향남은 올해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10만 달러(약 9500만 원)를 받는다.
그러나 거스리는 2002년 드래프트 당시 1순위 지명을 받았다. 명문 스탠퍼드 대를 졸업한 그는 계약금으로만 300만 달러를 받았고, 올해 연봉도 400만 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의 입장에서 볼 때 거스리를 기용하고 실패하면 할 만큼 했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최향남의 경우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2003시즌 후 이승엽(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이 헐값을 제시한 미국 대신 일본을 택한 것은 상당히 옳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자본의 논리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기도 하는 법이니까.
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