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 선전(深(수,천)), 주하이(珠海)의 주유소 곳곳에서는 수백 대의 차량이 디젤유를 넣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홍콩의 원후이(文匯)보의 보도에 따르면 원인은 크게 3가지. 무엇보다도 원유 수급정책에 따라 배분되는 공급량이 수요의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둥(廣東) 성은 올해 석유 소비를 줄여 보려 했지만 상반기(1∼6월) 석유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8.3% 늘었다. 잇따른 태풍으로 석유의 수송이 원활치 않았고, 원유의 수입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도매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정부가 통제하는 소비자가격은 제때 오르지 않아 주유소들이 기름 판매를 기피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25년 새 4배 증가…에너지 블랙홀=1980년 4억1610만 t에 불과했던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지난해 15억5400만 t으로 3.7배 늘었다. 1980년 8540만 t이던 석유 소비량도 지난해 3억2730만 t으로 3.8배 늘었다.
원유 수입량은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93년 처음 석유 순수입국이 된 중국은 2004년엔 원유 도입량이 1억 t을 돌파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제2의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올해 상반기에도 7333만 t으로 15.6% 늘었다.
중국의 석유 소비는 앞으로도 계속 급증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5억570만 t.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의 3배인 3억5000만 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에너지 블랙홀’인 셈이다.
▽소비 줄이려 안간힘, 역부족=2004년 세계 각국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중국을 꼽자 중국은 긴급 에너지 절약에 나섰다.
중국은 이에 따라 제11차 5개년규획(계획) 기간인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 국내총생산(GDP) 1달러당 에너지 소비량을 2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중국의 GDP 1달러당 에너지 소모량은 일본의 11.5배, 프랑스 및 독일의 7.7배, 영국의 5.3배, 미국의 4배 수준이다.
그러나 첫해인 올해 상반기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11.8% 늘었다. 상반기 GDP 성장률 10.9%보다 되레 0.9% 늘어 에너지 효율이 더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에너지 절약 및 소비 감축 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서 중국 내에서 에너지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공정원 니웨이더우(倪維斗) 원사(최고대우를 받는 학자)는 “지난해 1억2000만 t에 불과했던 석유 수입량이 5년 뒤엔 2억5000만 t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원의 확보와 환경오염 방지, 온실가스 배출 감소, 농촌의 에너지 소비 급증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