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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워치]亞에서 잃은 인심, 阿에서 찾는 일본

입력 | 2006-08-22 03:00:00


일본 정부가 ‘아베 정권’의 탄생을 앞두고 외교력 강화에 적극 나설 태세다.

일본 외무성은 앞으로 10년간 인력을 2000명 늘리고 대사관도 117곳에서 150곳 이상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정부와 여당의 협조를 구하느라 분주하다.

우선 2007년 예산에 수백 명 증원과 아프리카의 대사관 신설안을 넣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의 외무성 정원 5453명은 미국의 2만1049명이나 중국의 7100명을 크게 밑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궁극적 목표는 외교력 강화를 통해 경제력에 걸맞은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것.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좌절한 기억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도 독일 브라질과 함께 제출한 안보리 개혁 결의안이 아프리카연합(AU)의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돼 버린 것.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중국이 자원외교를 통해 아프리카를 장악하다시피 한 것으로 보였다. 정부개발원조(ODA)를 통해 아프리카의 마음을 샀다고 여겼던 일본으로선 뼈아픈 패배였다.

이후 아프리카는 일본 외교의 숙제가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5월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뒤 각의에서 “유엔 가입 191개국 중 일본 각료가 방문하지 않은 나라가 82개국에 이른다”며 새로운 우호국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외교’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올여름에는 우선 각료 9명이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16개국을 총리의 친서를 들고 방문한다. 부처별 할당은 관방장관실이 담당했다.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최대 14조3000억 엔의 세출과 국가공무원 5% 삭감을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 그럼에도 아베 정권에서 외교 강화 제안은 적극 추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 자신이 주도하는 정부의 해외경제협력회의에서 ‘인원 및 대사관 수의 부족’을 검토과제로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로운 우호국’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이들의 노력이 어딘지 공허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한국, 중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과의 외교관계가 벽에 부닥친 현실 때문은 아닐까.

일본이 말 그대로 세계의 대국이 되려면 외무성 기구 강화에 앞서 이웃 나라와의 관계부터 제대로 되돌아볼 일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