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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화부 실무자 “정치권 ‘상품권압력’ 빗발쳤다”

입력 | 2006-08-22 03:00:00


‘바다이야기’ 등에 사용되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등의 압력과 로비가 다각도로 이뤄졌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문화부 실무자, “압력 있었다” 진술 후 번복=발행업체 지정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전 과장은 올해 초 검찰 조사에서 “문화부 직원들이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일을 못할 정도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상품권 발행업체 로비 의혹 첩보를 처음 입수한 대검찰청과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수사를 벌였던 서울동부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상품권 발행 업체 지정을 받게 해 달라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 와 전화기를 꺼 놓아야 했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는 것.

당시 검찰의 수사 대상은 김 전 과장 등 문화부 관계자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19개 상품권 발행 지정업체, 상품권 발행 업체 선정 심의위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상품권 발행 업체인 싸이렉스 대표 길모(56) 씨를 서울보증보험의 지급 보증한도(720만 장)보다 55만 장의 상품권을 더 발행한 혐의(사기)로 구속했다.

그러나 김 전 과장은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말쯤 상품권 인증 업체를 발표하자 (문화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어느 업체는 자격이 없는데 됐다’, ‘심사가 엉터리다’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고 이를 근거로 국회에서 조사하면서 관련 자료를 엄청나게 요청했다”며 “(국회의원에게 온 전화는) 그게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親與 386출신, 도와주겠다며 거액 요구”▼

▽“386출신 인사가 거액 요구했다”=여권과 친분이 있는 일부 386운동권 출신 인사가 상품권 발행업체에 접근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도록 도와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상품권 업체인 A사의 B 사장은 21일 본보 취재팀과 만나 “지난해 3월 여권 인사들과 교분이 깊은 서울의 모 사립대 386운동권 인사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S사 관계자가 휴대전화로 ‘2억 원을 주면 경품용 상품권 인증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해 왔다”고 밝혔다.

B 사장은 “우리 회사를 포함해 5개사만 경품용 상품권 인증업체로 선정될 경우 돈을 주기로 S사 측과 약속했는데 지난해 3월 22개 업체나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A사는 선정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인증이 취소된 뒤 현재 19개인 ‘지정업체’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與실세 ○○○-△△△ 주도… 정치자금 연관”▼

▽“대통령이 은폐 축소 의혹”=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현 정부 최대의 ‘권력형 도박 게이트’로 규정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후발 경품용 상품권 업체인 A사와 H사의 이사진에 여권의 ‘386세대’와 ‘긴급조치 세대’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권 인사들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사행성 성인게임기 관련 업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여권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화계 인사 2명의 실명이 나오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 업자는 “상품권을 ○○○ 씨하고 △△△ 씨가 하는 거 알지? 상품권 뒤에…”라며 2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또 “(상품권 지정 배경은) 정치자금 아니야? 거기하고 다 연관돼 있더라고”라는 표현도 들어 있다.

한나라당 ‘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멤버였던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삼미가 골프 회동 2주 뒤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것은 로비 의혹이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