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도퍼 교수 [자료사진 동아일보]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사진)는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40년 가까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를 다뤄온 외교 전문기자 출신.
그는 22일 동아일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사태 이후 대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일부 미국 언론 보도대로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면 중국은 대북 정책 전반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 국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하고, 북한은 이에 맞서 중국 사업가들을 일부 추방하는 등 양국 갈등은 이미 표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정부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건데 할 수 있는 '능력(capabilities)'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버도퍼 교수는 내달 존스홉킨대에 '한미연구소(US-Korea Institute)'를 설립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날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이 연구소의 소장으로 내정돼있다.
오버도퍼 교수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이 전날 북한이 전 세계 은행에 재산을 은닉시켜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북 금융제재 강화를 역설한 데 대해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은 금융제재로 대북 압력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이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금융압박은 오히려 북미 갈등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계속 금융압박의 수위를 높여간다면 북한은 미사일을 추가 발사하든지, 핵실험을 강행하든지 '예측할 수 없는 반응(unpredictable reaction)'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는 "미국에게는 외교적 해법 외에는 별다른 선택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오버도퍼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 "이는 매우 기술적인 문제로 군사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한 뒤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stay out of this)"고 충고했다.
그는 한미 두 나라의 정상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특히 북한에 대한 시각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다음 달로 예정된 정상회담은 서로 잘 지내보려는 노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대북 문제에 관한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