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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후폭풍­…상품권 대란 오나

입력 | 2006-08-23 03:11:00


《정부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주원인으로 작용한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내년 4월 폐지하기로 하자 상품권 발행업자와 오락실 업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상품권 발행사 연쇄 도산 우려=예상되는 혼란의 첫 수순은 전국 1만5000여 곳에 이르는 오락실 업주들이 일제히 상품권 현금 상환을 요구하는 것. 오락실 업주들이 한꺼번에 발행사에 현금 상환을 요구하면 발행업체들이 잇따라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이미 22일 현재 일부 오락실 업주들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상환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는 발행업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상품권 발행업체 B사 관계자는 “정부가 경품용 상품권제 폐지 방침을 밝힌 직후 상품권 발행을 중단했다”며 “상환 요구가 몰릴 것에 대비해 현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 4월까지 계속 상품권을 발행한 뒤 상환 요구가 들어왔을 때 고의부도를 내는 업체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휴지나 다름없는 상품권을 갖고 있는 오락실 업주와 고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되고, 이들이 정부와 발행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경품용 상품권에 지급을 보증한 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상품권 규모는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22일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착수에도 불구하고 “상품권 대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서울보증보험이 이미 현재 유통 물량의 40%대 수준인 1900억 원에 대한 담보물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딱지 상품권은 괜찮고 지정 상품권은 안 된다?=정부가 ‘민간 자율’을 앞세우며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권을 산하 게임산업개발원에 떠넘긴 정책도 소송을 불러올 전망이다.

창원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강구욱)는 최근 지정 상품권 대신 자체 발행한 이른바 ‘딱지 상품권’을 사용했다가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성인오락실 업주가 경남 마산시를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오락실 업주의 손을 들어줬다. 게임산업개발원은 상품권 지정권한이 없다는 것. 가뜩이나 상품권 폐지 예고로 위축돼 있던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은 이 판결 이후 즉각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섰다.

게임산업개발원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자로 지정한 19개 업체 모임인 ‘경품용상품권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지정한 상품권은 문제가 되는데, 딱지 상품권은 사용해도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경품용 상품권제 폐지에 따른 기존 발행업자의 재산상 피해를 보상하는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잘못으로 재산권 침해”=성인오락실 업주들은 자신들도 잘못된 정책의 피해자라며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의 오락실 업주 모임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강대권 사무총장은 “불법 환전이 문제라면 이 부분을 바로잡아야지 상품권을 없애면 경품으로 상품권이 나오는 오락기도 쓸모가 없어진다”며 “정부의 판단 잘못으로 업주들이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 만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미 2000여 명의 회원이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곧 변호인을 선임할 계획이다. 소송에 참여한 업주 1명이 대당 500만 원의 오락기 50대만 갖고 있어도 피해액은 최소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이 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