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을 신청한 5개 업체가 올해 5월 29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갑작스러운 지정제도 운용 규정을 변경해 신규 업체 진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문화관광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23일 단독 입수한 ‘경품용 상품권 준비업체 공동 탄원서’에 따르면 맥스무비 등 5개사는 김명곤 문화부 장관에게 제출한 탄원서에서 “게임산업개발원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과 관련해 심사가 진행 중이던 5월 23일 사전 예고도 없이 지정제도 운용 규정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게임산업개발원의 지정 실사(實査)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심사 과정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맥스무비 티켓투유 우리문화진흥 효자건설 케이티하이텔 등 5개사는 기존의 발행업체들도 보유하지 않은 ‘위조 상품권 기록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락한 뒤 게임산업개발원의 지정제도 운용 규정 변경으로 사실상 재신청이 불가능해지자 탄원서를 냈다.
게임산업개발원은 ‘가맹점 100개 이상’으로만 돼 있던 지정제도 운용 규정의 신청 요건을 ‘가맹점의 50% 이상은 서울 경기를 제외한 5개 이상 광역시에 있어야 한다’로 바꿨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23일 본보 취재팀과 만나 “기존 발행업체의 로비에 노출돼 있던 게임산업개발원이 신규 업체를 떨어뜨리기 위해 갑자기 규정을 변경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게임산업개발원 측은 “편법을 써서 진입하려는 업체들을 막기 위해 심사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고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사전 예고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면서 “로비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권력형 도박 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위원인 이재웅 의원은 23일 사행성 성인게임의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는 일부 업체가 공식 발행업체로 지정되기 전에 이미 발행업체로 내정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자본잠식 상태이던 S, H사는 작년 8월 1일 상품권 발행업체로 공식 지정됐지만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사흘 전인 7월 29일 보험증권을 발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보험증권 발행 규정에 따르면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이전에는 보증을 약속하는 확약서만 끊어주고 공식 지정 후에 보험증권을 공식 발행해 주게 돼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서울보증보험이 특정 업체가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기도 전에 보험증권을 발행해 준 것은 이들 업체가 이미 발행업체로 내정됐다는 의미”라며 “관련 정보의 사전누출 의혹과 함께 외압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서 “S, H 업체가 지난해 8월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후 한 달여 만에 서울보증보험에 각각 200여억 원의 예금을 담보로 제시했다”며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