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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직장인 1000명 조사… 메시지 중독

입력 | 2006-08-24 03:00:00


‘이제 일 좀 해 볼까…’ 할 때마다 울려대는 휴대전화. 통화를 마치고 다시 팔을 걷어붙이면 그땐 ‘띠리링’ 하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그뿐인가. 컴퓨터 모니터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메신저 대화 창. 정신없는 틈을 타고 또 다른 기계음이 들려온다. ‘e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이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직장인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정신적인 피로에 시달리게 만드는 ‘독(毒)’이 되기도 한다.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문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연구소 바섹스가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렇게 끼어들어 오는 ‘업무 방해’ 처리에 걸리는 시간(기존업무 복귀에 필요한 시간 포함)은 하루 평균 2.1시간이었다.

영국 런던대 글렌 윌슨 정신의학과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기기 사용으로 인한 집중력 분산은 지능지수(IQ) 저하로 연결된다. 각종 전화와 e메일에 노출된 환경에서 실험에 응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IQ가 평균 10점이나 떨어졌다. 마리화나 사용자들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 나온 점수차(5점)보다 더 나쁜(?) 성적이다.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정신노동자의 경우 갑작스럽게 방해받은 뒤 원래 하던 자신의 업무에 다시 몰입하기까지 5∼15분이 걸린다. 더구나 문자메시지는 보통 내용을 몇 차례 끊어서 보내기 때문에 더 자주 업무를 방해한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일의 능률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끊임없는 방해 패턴에 중독되는 것도 문제다. IT활용분야 전문가인 제이콥 닐슨 씨는 “짧은 업무들을 제때 처리했다는 단편적인 만족감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그런 메신저나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분야 시간관리 전문가인 존 보티거 씨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심리작용은 직장 밖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이 문제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해법으로 ‘사이버 휴가’ 기간을 설정하라고 제안했다. 특정 시간을 정해 사이버 접촉을 끊은 다음 직접 상대를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육필(肉筆)로 편지를 써보라는 것.

실제 영국의 휴대전화 소매업체인 ‘phone4u’는 2년 전 한동안 직장 내 e메일 사용을 금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후 직원들은 되도록이면 상대방을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e메일 수신 자동알림 기능을 끄고 ‘하루에 딱 3번’ 식으로 체크 기간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3명 이상에게 동시에 뿌려지는 e메일의 대다수는 마음 놓고 무시해도 되는 내용일 테니….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