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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승호]知事는 김태호뿐?

입력 | 2006-08-24 03:01:00


김태호 경남지사는 2004년 7월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자 도청 간부들에게 ‘경남도청이 망하는 법을 각자 찾아내라’는 숙제를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경남 패망 보고서’다. 혹시 우리가 이런 길을 걷고 있지 않은지 항상 경계하자는 취지였다. 그는 또 집무실에 지도(地圖)를 거꾸로 걸었다. 태평양과 바로 마주한 경남도는 다른 어떤 지자체보다 ‘세계를 무대로’ 사고(思考)하고 준비하는 체질이 돼야 한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김 지사는 최근 전국공무원노조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법외(法外)단체인 전공노 경남지부 상근자에 대해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노조 사무실 강제퇴거 계고장도 두 차례 보냈다. 최근 전공노가 을지연습을 반대하자 김 지사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전공노가 대한민국 공무원인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그는 “대부분의 공무원이 대한민국의 보루로서 희생하고 있는데 전공노는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흔들고 있다. 이 같은 행동에 단호히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에 미래가 없다”고 외쳤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은 직업공무원들과 될수록 잘 지내려고 한다. 직업공무원들에게 얹혀 지내기 일쑤이며 갈등이 생겨도 정면에서 맞붙기보다 타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노회한 부하들에게 속거나 뒤통수를 맞을까 봐 겁도 낸다. 이들의 도움 없이는 재선 삼선이 쉽지 않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김 지사는 요즘 ‘바보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이 일을 내는 법.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도 그래서 있다. 싸움이 힘들어도,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국에는 16개의 광역 지자체가 있고, 기초 지자체는 234개나 된다. 전공노에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는 지자체장이 김 지사 한 사람뿐이라고 해서 나머지 대다수 지자체장이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 비겁함이 선명할 뿐이다. 중앙정부의 기회주의적 행태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다.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