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에 속해 있으면서도 개발유보지로 분류돼 재개발이 되지 않던 ‘기자촌’의 재개발 여부가 다음 달 중 결정된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진관외동 175 일대 15만2814m²(4만6230여 평) 규모의 기자촌은 2004년 2월 은평뉴타운 3지구로 편입되고도 개발유보지로 남겨졌다. 지구 내 타 지역에 비해 기반시설이 잘 갖춰졌고 주민들의 개발 반대 뜻이 강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9월 은평뉴타운 1·2지구 일반분양을 앞두고 기자촌의 개발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10일 이 지역을 다녀간 뒤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2년 6개월 옴짝달싹 못했다”=2002년 10월 서울시가 뉴타운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기자촌 주민들은 ‘무분별한 개발’이라며 반대했다. 30여 년간 그린벨트(2004년 2월 해제)로 묶였는데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내쫓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1지구 보상이 완료되는 등 사업이 진행되면서 재개발 찬성으로 돌아섰다. 유보지여도 뉴타운 구역에는 속해 건물 신축이나 증개축 등이 제한되는 불만도 컸다.
이에 따라 은평구가 올해 초 기자촌 내 토지와 건물 소유주 569명을 대상으로 다시 조사를 하자 응답자의 74%가 개발에 찬성했다.
▽재개발인가 구역해제인가=오 시장 답사 이후 그동안 즉각적인 개발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여 온 서울시와 SH공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미 시는 기자촌 내 5곳의 표본지를 선정해 전문기관 3곳에 토지금액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평가액을 바탕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맡겨 8월 말까지 주민에게 개발의사와 방식을 물을 예정이다.
서울시 안재혁 뉴타운사업2반장은 “2년여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온 만큼 조사 결과를 참고해 9월 중순까지 재개발 혹은 구역해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촌 공영개발추진위원회 도경선 위원장은 “시의 여론조사는 뉴타운 구역에서 기자촌을 해제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할 뜻을 밝혀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