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탐사를 또 간다고? 왜 그렇게 자주 가?” 고등학교 교사이니 방학이면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락한 주변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물을 만도 하다. 방학뿐 아니라 주말에도 도통 집에 붙어있질 않으니 말이다.
난 이렇게 대답한다.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자연이 바로 연구실”이라고. 생생한 자료와 지식을 얻으려면 ‘연구실’을 자주 찾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7∼10일에는 LG의 후원으로 전국에서 모인 9명의 교사들과 함께 제주도의 지질을 탐사했다. 기온이 35도를 육박하는 제주도의 한낮은 사우나가 따로 없었다. 땀방울이 흘러 눈앞이 흐려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 화산탄이에요! 화산폭발로 분출된 용암조각 말이에요!” 교사들은 지친 걸음을 옮기다가도 용암구조나 특이한 퇴적층 등이 보이면 앞 다퉈 모여들었다. 처음 배우는 학생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러더니 제대로 발동이 걸렸다. 더위고 뭐고 내친 김에 오름(작은 화산체)까지 보러 가기로 한 것.
제주도는 지구과학 교과서의 화산 단원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하지만 화산활동으로 생긴 지질학적 특징을 ‘현장’에서 제대로 배운 교사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교사의 경험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탐사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된다. 학생들이 교과서의 그림이나 사진이 아니라 교사가 모아 온 생생한 자료를 통해 자연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사 경험을 수차례 쌓은 ‘베테랑’ 교사는 직접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학습에 나설 수도 있다. 시험에서는 단층의 여러 가지 종류까지 척척 맞히던 학생도 야외에서는 어떤 게 단층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1999년부터 서울 경기지역 지구과학 교사 14명과 함께 1년에 10여 차례 탐사를 하면서 시화호, 강화도, 한탄강, 제주도 등 전국에 지질탐사 자연학습장을 개발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책에서만 배웠던 것들을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놓는 것이다.
앞으로 교사들에게 ‘살아 있는’ 과학지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교육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박정웅 숭문고 교사 지구과학교육연구회 부설 자연탐사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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