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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박수 받는 노조

입력 | 2006-08-25 03:00:00


‘시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경북 구미 시내의 버스터미널과 역 등 곳곳에 낯선 현수막이 등장했다. 그동안 강성(强性)으로 소문난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가 내건 것이다. 이 회사 노조는 3월 위원장 등 10명이 이웅열 그룹 회장의 서울 자택에 무단 침입해 시위를 벌인 사건으로 더 ‘유명’해졌다. 2004년에 이어 올해도 두 달 이상 파업을 했다. 이 회사가 2004, 2005년 각각 연 8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도 노사분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런 노조원들이 최근 강성 집행부를 91%의 다수 의사로 갈아 치우고 노사 상생(相生)을 선언했다. 회사는 ‘부부 같은 노사관계’로 바꾸겠다고 화답했다. 노조는 거래처 90여 곳에도 “안정된 노사관계로 거래처에 불편을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더 시간을 끌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노조원들 사이에 퍼지면서 ‘혁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로 12년째 무분규 행진을 하고 있는 울산의 현대중공업도 일찍이 같은 길을 걸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붉은 조끼와 복면,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과격 노동운동의 ‘메카’였다. 그런 노조가 ‘변절’을 택했다. 그 대가로 2004년에 민주노총에서 제명까지 당했다.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자살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반(反)노동자’ 혐의였다. 회사로 몰려온 민주노총 극렬 조합원들의 돌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 회사 노조에 요즘 격려 편지와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포항건설노조의 장기 파업, 쌍용자동차 노조의 ‘옥쇄 파업’, 병원노조의 총파업 등이 늦더위를 더욱 짜증스럽게 한다. 이런 때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의 변신과 현대중공업의 무분규 행진은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다. 코오롱 공장 노조는 전임자를 9명에서 5명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사교섭위원을 예년의 절반인 11명으로 줄였다. 1명이라도 더 생산에 참여하자는 뜻이다. 노사 윈윈이 기대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