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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온난화 누가 멈출까…‘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입력 | 2006-08-26 03:03:00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마크 라이너스 지음·이한중 옮김/387쪽·1만3000원·돌베개


서울에 사는 당신이 무심코 누른 에어컨의 스위치 때문에 남태평양의 산호섬 투발루가 잠겨버린다?

농담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환경의 ‘나비효과’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환경운동가 겸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3년에 걸쳐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최전선 7군데를 방문하고 그 실상을 고스란히 담은 보고서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국토가 가라앉고 있는 남태평양의 산호섬 국가 투발루, 황사로 인해 양과 염소를 먹일 풀마저 사라진 황무지 네이멍구(내몽골) 자치구,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집과 도로가 지면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알래스카에서 저자는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 중인 지구 온난화의 재난을 목격한다.

더욱이 미국, 일본, 호주와 같은 소수 선진국의 과다한 에너지 소비가 만든 온난화 피해를 힘없고 가난한 국가들이 덮어쓰고 있다는 것은 ‘나비효과’의 우울한 현실이다. 투발루의 환경부 관리는 씁쓸하게 말한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선진국들인데 당하는 건 우리죠.”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선진국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쓰레기통으로 처박힐 뻔했던 교토의정서는 최근 겨우 살아났으나 일부 선진국의 반환경적 정책과 석유자본의 치열한 로비 때문에 실현은 요원하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계속 안전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2000년 11월 영국 역사상 ‘전대미문’이었다는 폭우와 홍수는 냉온대였던 영국의 기후가 변해 우기(雨期)가 생기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얼마 전 미국 남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은 어떤가. 미국 정부는 애써 부인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일으킨 결과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최초의 피해자는 충분한 재난 관리 시설이 없는 후진국이 될 수 있지만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지구 전체에 닥칠 결과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환경절대론적 주장만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환경보호와 개발 사이의 선택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그가 만난 알래스카 사람들은 자연이 파괴되고 북극곰과 같은 오랜 친구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가슴 아파하지만 석유를 얻기 위해 북극야생동물보호구역을 개발하는 것에 찬성한다. 개발이 가져다준 경제적 선물이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개발 결과에 대한 알래스카인의 의도적인 ‘외면’은 인류 모두가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문제다. 물을 끓이기 위해 스위치를 켜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더위를 피해 에어컨을 켤 때마다 직면하게 될 현대인의 딜레마인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저자는 교토의정서를 이행하고 선진국과 제3세계의 불평등 완화, 대중교통 이용, 승용차 공유, 난방비 절약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진부하게 들린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페름기의 재난에 귀를 기울여 보자.

2억 년 전 거대한 화산폭발이 가져온 지구의 온도 상승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하늘에서는 산성비가 내렸고 바다는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내뿜었으며 살아 있던 존재의 95%가 멸종했다. 그때의 온도 상승 폭은 섭씨 6도. 흥미롭게도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이번 세기말까지 올라갈 수 있는 지구의 온도 역시 섭씨 6도로 나왔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모습들도 늙은 지리학자 몇 명의 추억으로 남을지 모르는 일이다. 원제 ‘High Tide-News From a Warming World’(2004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