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글로벌 100대 대학을 선정해 발표하면서 우리의 대학 경쟁력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는 무려 200여 개의 대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하나도 세계 100대 대학에 끼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우리의 대학들도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포스텍(포항공대)에서 나오는 연구 결과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대 공대는 전기공학 등 4개 분야에 대해 해외 석학들을 초빙해 스스로를 평가 받은 바 있다. 이들 평가단은 서류 및 방문 심사를 마친 후 서울대 공대가 현재 세계 10∼20위권에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전 세계 10위권 이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본격적인 연구 활동이 시작된 것이 겨우 20여 년 전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성취는 놀라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전 세계의 수많은 공과대학 중에서 20위 안에 든다는 것, 즉 16강쯤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 전 세계 모든 프로축구팀들과 한국의 K리그에 속한 팀이 경쟁한다면 우리는 몇 등이나 할 수 있을까? 축구가 세계 16강에 드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공과대학이 그 수준에 이른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21세기는 지식사회이며 기술력에 의해 세계 질서가 재편될 것이므로 지식을 창출하고 인력을 길러 내는 대학들에도 축구의 1% 정도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틀림없는 사실은 기술력으로 부강해진 국가가 축구도 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축구 경기를 흥미롭게 하는 것은 16강 정도의 실력을 갖춘 팀은 약간의 운만 있으면 8강도 되고 4강에도 이를 수 있는 불확실성이다. 반면에 대학의 경우 16강에 든 서울대 공대와 4강에 속한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스탠퍼드대는 그 수준차로 함께 같은 운동장에서 경기도 해 볼 수 없을 정도다. 서울대 공대에 대한 10∼20위란 평가는, 다른 말로 아직 한참 더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과 마찬가지다. 특히 최고만이 의미를 지니는 기술 분야에서는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야 대학으로서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평가단은 충분한 교수진 확보, 연구시설 확충, 그리고 대학원생을 위한 충분한 재정 지원 등을 꼽았는데 이는 정부와 사회의 의지만 있다면 앞으로 해결될 일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두뇌한국(BK)21 사업을 통한 정부의 지원은 그간의 대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 하나 모든 평가단원이 빠지지 않고 지적한 점은 대학의 내부 문화 쇄신을 통한 교수 간의 경쟁 촉진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의 운영 책임자가 권한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며 특히 현행 학부와 학과장의 2년 임기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에 화학공학 분야의 평가를 맡았던 미국 미네소타대의 데이비스 교수는 16년간 학과장을 맡아 자기 학과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그는 학과장 초기 2년은 그야말로 준비 기간이었을 뿐이라는 경험을 이야기하며 준비만 계속해서는 절대 좋은 대학이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대학을 갖기 위해서는 학부와 학과장의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교육공무원법부터 시정해야 할 것이다.
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