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국수전이 올해 50주년을 맞아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 주기 위해 16강 본선 토너먼트 방식을 손질했다. 패자 부활전을 없애버린 것. 따라서 한 판 지면 그대로 ‘아웃’인, 그야말로 뒤가 없는 싸움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본선 1회전(16강전)에서 강력한 도전자 후보로 손꼽혔던 이세돌 9단과 최철한 9단이 동시에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최철한이 누구인가. 2003년과 2004년 꿈의 무대인 국수전 도전기에서 ‘천하의’ 이창호 9단을 연거푸 꺾으며 한국바둑계의 새 장을 열어젖혔던 기사다. 작년에도 이 9단과 도전5국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던 그였다. 그렇기에 최철한 9단의 국수전 하차는 이변 이상의 그 어떤 허전함과 적막함을 안긴다.
요즘은 흑13, ‘가’가 아닌 이렇게 한 칸 높게 전개하는 것이 유행이다. ‘두터움’을 중시하는 현대바둑이 낳은 발상으로 다음 ‘나’로 다가설 때의 고저(高低)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차분히 좌상귀를 지켜둔 백14도 눈여겨 볼 만하다. 포석이론을 따르자면 참고도처럼 우하귀에 먼저 걸어야겠지만 이것은 백○가 저위라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흑2·4를 당하면 좌상귀가 답답해진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