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 사진
팀 내 주전 경쟁이 잠자던 ‘천재’를 깨웠다.
26일 열린 삼성하우젠 K리그 2006 전북 현대모터스 경기에서 2골을 넣어 2-1 역전승을 주도한 정조국(22·FC 서울·사진) 얘기다.
정조국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이끌 미래’라며 대표팀에 훈련멤버로 승선시켜 키웠던 유망주. 그해 말 아시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3년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12골)에 올랐다. 185cm, 78kg의 탄탄한 체격에 킬러 본능까지 갖춰 황선홍(전남 코치)을 이을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꼽혔다.
하지만 2004년부터 갑자기 하락세에 접어들어 그해 30경기에 출전해 8골에 그쳤고 2005년엔 26경기에 출전해 3골밖에 넣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엔 ‘축구 천재’ 박주영에게 주전을 뺏기고 간간이 교체멤버로 뛰는 신세가 됐다. 당연히 국가대표에도 선발이 안 됐다.
올해부턴 달라졌다. 정조국은 박주영 김은중은 물론 브라질 용병 두두와 팀 내 주전 경쟁에서 이기려고 칼을 갈았다. 어느 날은 주전, 어느 날은 벤치멤버나 교체멤버. 하지만 정조국은 오히려 이런 경쟁 구도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러다 영원히 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장에 나가면 긴장했다. 그리고 어떡하든 팀 내 주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16일 열린 대만과의 2007 아시안컵 예선전(3-0 승)에는 출전했다. 2002년 그를 눈여겨봤던 핌 베어벡 감독이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정조국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 골을 터뜨려 보답했다. 정조국은 “팀 내에서 긴장하고 훈련하듯 대표팀에서도 플레이했다. 열심히 노력하니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5골을 기록 중인 그의 올시즌 목표는 10골. 주전 경쟁이 치열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조국은 내년 아시안컵과 2010년 월드컵에선 “내가 주역”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한편 전기리그 1위 성남 일화는 대구 FC를 2-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수원 삼성은 제주 유나이티드를 2-1로 누르고 후기 첫 승을 신고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