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입을 열 때마다 일본과 호주, 인도 그리고 미국을 잇는 ‘아태 민주국가 연대’ 구상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장관이 민주국가연대론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아시아에서 일본과 가치관 공유한 나라는 인도와 호주?=아베 장관은 26일 자민당 총재 선거 권역별 토론회에서 “일본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과 함께 이 가치관을 아시아에 확산해 가는 대화의 장을 만들자”며 4개국 정상 및 외교장관급 ‘전략대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일본과 같은 가치관’이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를 말한다.
아베 장관의 4개국 연대론은 지난달 20일 일본 전역에서 발간된 그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國へ)’에도 잘 나타나 있다.
‘아베 집권구상’이랄 수 있는 이 책의 제5장(일본과 아시아 그리고 중국)에서 그는 대(對)아시아 외교의 기본구상으로 “보편적 가치관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기 위해 4개국이 전략적 연대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과 호주 인도를 ‘아시아-대양주 민주국가 G3’라 칭하고 여기에 미국을 더한 ‘3+1’ 구도를 제의했다.
▽한국과 중국은 같은 편?=아베 장관은 그러면서 대중국 관계에 대해서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주장했다.
“경제면에서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호혜관계이며, 정치문제 때문에 이런 호혜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은 한국도 같다”면서 한국을 중국과 함께 분류했다.
그는 특히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낙관한다”면서도 ‘(한국이) 과거에 대해 겸허하고, 예의 바르게 미래지향으로 나아가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악화된 양국의 관계를 의식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결국 한국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풀기보다는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서 외교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4개국 연대론은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대안처럼 등장하곤 했다.
▽미국의 외교논리 답습=아베 장관의 외교구상은 미국의 외교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확산’을 내세우는 논리도 닮았지만 이해관계도 정확히 일치한다.
호주와 인도를 중시하는 논리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올해 초 미국이 인도의 핵무장을 인정하고 에너지를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협력에 나서자 일본도 발 빠르게 인도와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호주는 일본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중국과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다.
후지와라 기이치(藤原歸一) 도쿄대 교수는 아베 장관의 ‘G4 구상’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가령 인도는 일본뿐 아니라 중국 미국 러시아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