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K바. 혼자서 술을 마시던 윤모(24·여) 씨가 주인에게 "돈이 없으니 외상으로 해 달라"고 사정했다.
주인인 문모(47·여) 씨는 앳돼 보이는 여성이 애원을 하자 "그냥 가라"고 하며 돈을 받지 않았다. 며칠 후 윤 씨는 이 바에 또 찾아와 술을 마신 뒤 돈이 없다고 했고 주인 문씨는 그냥 돌려보냈다.
14일 오전 6시 경 윤 씨는 다시 바를 찾았다. 이번에는 혼자 화장실에 가는 문 씨를 뒤따라가 전기충격기로 공격한 뒤 돈을 요구했다. 윤 씨는 문 씨를 4시간 동안 감금하고 문 씨의 은행계좌에서 500만 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26일 윤 씨는 문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또 찾아가겠다"고 말했고 27일 오전 2시 경 바에 나타났다가 신고를 받고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해 태권도와 합기도 등 무술실력이 도합 6단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윤 씨가 3년 전 다리를 다친 뒤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된 데다 가정불화까지 있어 범행을 저지른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윤 씨가 몰던 렌터카 안에서 치사량의 마취제와 수갑, 주사기, 공사용 해머 등을 발견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