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 찬바람이 불었다.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에 넘겨주면서였다. 43년간 대한민국의 관문, 이용승객이 세계 9위이던 공항에 2001년 3월 29일부터 국내선만 남아 파리를 날렸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의 김충기 서울지역본부장은 “국제선 1, 2청사의 불이 꺼지니까 말 그대로 빈집이 됐다.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국제선 청사를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고 말한다.
분위기는 김포공항과 하네다(羽田)공항을 연결하는 국제선이 생기면서 달라졌다. 2003년 11월 30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JAL), 전일본항공(ANA)이 각각 2편씩, 모두 8편을 처음 띄웠다. 김포∼하네다는 황금노선이 됐다. 인천공항과 나리타(成田)공항보다 서울과 도쿄(東京) 시내에 훨씬 가까워 시간을 아끼려는 기업인이 많이 이용한다. 지난해 8월 1일부터는 하루 16편으로 늘었다.
국제선 1편이 뭐가 대단하냐고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해 몇 가지 수치를 인용하겠다. 하네다 노선 개설 뒤 김포공항은 면세점을 만들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다가 1월부터는 DP&F(애경그룹 산하)가 넘겨받았다. 월매출액은 평균 23억 원으로 95명이 일한다. 하네다 노선이 아니면 생기지 않았을 수입과 일자리다.
면세점이 내는 임대료는 연간 114억 원. 항공기 착륙료와 여객 이용료를 합치면 하네다 노선에서 나오는 수입은 한 해 200억 원에 이른다. 공항공사의 지난해 흑자가 370억 원이니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국제선 승객이 몰려 폼도 나고 수입이 늘자 공항공사 직원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일석삼조나 블루 오션이 여기에 딱 맞는 말이다.
김포공항의 성공은 국내 다른 공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부산의 김해공항은 중국, 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 이어 2007년 신청사 완공을 계기로 다른 아시아 지역 및 호주 노선을 신설한다. 2008년에는 유럽과 미주 노선을 운영하기로 했다. 남부권 국제선 거점공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부정기 국제선을 운영하는 대구공항도 승객이 늘어 정기노선 개설을 검토하는 중이다. 적자에 허덕이던 지방공항에 회생의 기회가 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네다 노선 개설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합의사항(2003년 6월 7일) 중 하나이다. 국제선 하나가 양국 승객을 실어 나르는 데 그치지 않고 수백억 원의 수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을 당시 노 대통령이나 외교 실무진이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혜택을 입는 분야(계층)와 손해를 보는 분야(계층)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사람과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부(富)와 일자리가 늘어난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승객이 늘면서 김포공항이 활기를 되찾은 사실이 좋은 예다.
하네다 노선의 부가가치를 생각하며 노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부와 일자리는 정치적 구호나 일회성 이벤트로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송상근 오피니언팀 차장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