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달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들
오늘은 본론 작성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세 가지만 추가해서 정리해 봅시다.
첫째, 본론의 각 문단은 두괄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쓸 때에는 독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지요. 논술 답안도 독자인 채점자를 당연히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채점자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글을 읽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하고 싶은 얘기를 분명하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꾸 뒤로 미루지 말고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논의를 먼저 한 다음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요. 문학적인 글은 비유와 상징을 통해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암시적이고 우회적으로 전달해야 할 경우들이 많지만 논술은 다릅니다. 논술은 의사소통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글입니다. 나의 생각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각 문단의 첫 문장만 읽어도 그 문단의 핵심 주장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무언가 새로운 논의를 할 경우에는 안내 문장을 즐겨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내 문장이란 자신이 논의할 내용의 전체 구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장을 말합니다. 논의 구도를 미리 밝힌다고 해서 어떤 특별한 접근이나 거창한 문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대중문화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라든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몇 가지 논의를 할 것인지 정도라도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독자가 미리 준비하고 글에 접근하기 때문에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동생에게 야단을 칠 경우에도 미리 안내 멘트를 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동생을 앉혀 놓고 “너 요즘 문제 많아. 첫째,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둘째, 생활도 불규칙하고, 셋째, 게임을 과도하게 하고, 넷째, 돈도 많이 쓰잖아”라며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대부분 첫째, 둘째 정도까지는 얘기를 듣지만 셋째, 넷째 가면 “어디까지 가나 보자”하는 태도로 집중하지 않고 딴생각할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런데 안내 멘트를 한 번 붙여 봅시다. 처음에 “너 요즘 문제 많아. 문제는 네 가지야”라고 말하고 출발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이 말을 듣는 순간 동생은 “뭐, 네 가지씩이나 돼?”라면서 마음속에 폴더 네 개를 미리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는 말할 때마다 그 폴더 속에 하나씩 집어넣을 것입니다. 만일 셋만 말하고 그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네 가지라고 해 놓고 셋 만 말했잖아. 나머지 하나가 무엇이야?”라고 반문을 해 올 것 입니다.
이처럼 안내 문장이나 안내 멘트를 사용하게 되면 독자나 청자를 미리 준비시켜서 더 적극적으로 나의 논의에 집중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안내 문장을 논의 앞부분에 쓰기 위해서는 논의 전체를 미리 계획해야 하겠지요. 따라서 안내 문장을 쓰는 버릇을 들이면 미리 계획해서 글을 쓰는 태도를 갖게 만듭니다. 또한 안내 문장을 쓰면 독자는 글쓴이가 즉흥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미리 면밀히 계획해서 쓴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에 논의의 신뢰감을 높이는 심리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안내 문장을 쓴 이후 무엇이든 두 가지 이상의 내용을 논의하게 되면 그 내용들이 산만하게 나열되거나 단순하게 열거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들 사이에 어떤 연관이나 연결이 살아나도록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점 세 가지를 논의하더라도 그냥 생각난 대로 따로 따로 나열할 것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배열해야 합니다. 문제의 경중을 따서 가장 심각한 문제부터 순서대로 논의할 수도 있고, 혹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서 시작하여 거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로 순서대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관점이나 문제의 성격을 기준으로 하여 논의하는 내용 사이의 연결과 연관이 들어나도록 접근해야 합니다. 구슬을 꿸 때에도 손에 잡히는 대로 꿰다 보면 무질서한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크기 순서대로 꿴다든지 색깔에 따라 꿰게 되면 전체적으로 질서와 조화를 갖춘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