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KT와 SK텔레콤을 통해 국내에 상용화된 와이브로를 시민들이 지하철 안에서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인터넷을 즐긴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 가져올 정보기술(IT) 세상의 모습이다.
이미 카페와 공항 등에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지만 비교적 좁은 지역 내에서, 그것도 한 자리에 앉아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와이브로 기술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순수 국내기술이다. 인텔이 주도한 와이맥스 기술에 이동성을 더해 외국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로도 불린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미국에 와이브로 기술을 공급하는 쾌거를 올렸다. 미국의 3위 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이 삼성전자 인텔 모토로라와 함께 미국 뉴욕에서 와이브로 상용화 서비스 계획을 전격 발표한 것.
인텔은 칩 셋,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기지국 장비 및 단말기를 제공하게 되며 2008년부터 미국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은 “보안상의 이유로 외국산 장비를 꺼리는 미국 통신업계의 관행을 깨뜨렸다”면서 “와이브로가 미국 기간망의 기술 표준을 선점한 셈”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와이브로 장비의 세계 시장 규모가 내년 1조6000억 원, 2010년 11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부품을 만드는 국내 중소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동반수출 효과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도 기대되고 있다.
통신 종주국인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중국에도 와이브로를 보급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토가 넓어 유선통신망 설치에 부담을 느꼈던 신흥 국가들이 기지국을 통한 무선통신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려는 욕구를 간파한 것이다.
이번에 스프린트는 삼성전자의 와이브로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채택하면서 막판까지 다른 대안 기술들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진다.
퀄컴이 인수한 플라리온의 플래시 직교주파수분할다중접속(OFDM), IP와이어리스의 TD-SCDMA 등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와이브로가 발 빠르게 국제 표준 승인과 국내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내 순수기술인 와이브로는 이동성과 휴대성이라는 큰 강점 이외에도 넓은 주파수 대역(2.5GHz)을 통한 빠른 정보처리를 가능케 한다. 전 세계의 글로벌 기업들이 와이브로를 주목하는 이유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