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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엄마는 학습매니저…자녀 학습지도 100점 부모 되려면

입력 | 2006-08-29 03:00:00

최순정(오른쪽) 씨가 딸 박지영 양의 수학 문제집을 점검하고 있다. 최 씨는 딸의 ‘학습매니저’로 딸과 함께 성적표를 보면서 취약과목을 분석한 뒤 향후 공부방법도 의논한다. 김재명 기자


《최순정(39·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는 초등학교 때 반 1, 2등을 하던 딸 박지영(13·방배중 2학년) 양이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 치른 시험에서 반에서 10등을 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성적이 뚝 떨어진 것도 속상했지만 “과목도 엄청 늘었는데 이 정도면 잘한 것 아니냐”고 대드는 딸의 태도에 더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사춘기 탓도 있었지만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1등 하라고 얘기해본 적이 없어요. 1등을 못 해서가 아니라 더 잘할 수 있는데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는 모습에 실망한 거죠.”》

최 씨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놓고 딸의 공부 방법을 유심히 관찰하고 체크했다.

영어 수학 점수에 비해 사회, 윤리, 가사 등 암기 과목 점수가 유난히 낮은 것이 최 씨의 눈에 띄었다.

최 씨는 딸이 암기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는지 눈여겨봤다. 그 결과 박 양이 한자를 외울 때도 직접 써보지 않고 눈으로만 대충 공부하고, 다른 암기과목 역시 눈으로만 공부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교과서를 정독하면서 요점을 파악해 정리하고, 직접 써보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힌 박 양은 1학기 기말고사에선 5등 이내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 씨는 딸에게 무언가를 주문할 때도 ‘∼을 해라’보다는 ‘옆집 전교 1등 하는 ○○언니 알지? 그 언니가 그러는데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도움이 된다더라. 너도 한번 해볼래?’라고 돌려서 권유한다.

모녀는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끊임없는 대화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박 양이 ‘피어싱’을 하고 싶어하자 최 씨는 “피어싱은 절대 안 되지만 대신 귀를 하나 더 뚫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또 드라마와 쇼 등 가장 보고 싶은 프로그램 2편을 선택해 그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TV를 보도록 해준다. 그 대신 평일 드라마를 한 시간 보고 나면 취침 시간은 한 시간 늦추도록 했다.

박 양은 “엄마와 성적표를 함께 보면서 공부방법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공부가 잘 안 될 때도 엄마에게 조언을 구한다”며 “엄마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학습 전문가들은 공부 잘하라는 소리만 하지 말고 자녀가 잘할 수 있게 유도하라고 조언한다.

에듀플렉스 권혜연 인력개발팀장은 “‘부모는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말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나 가능하다”며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부모 스스로 학습 매니저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부 잘하게 하려면 부모부터 변해라’라는 책에서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무작정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켜 ‘의존적 공부’에 찌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부는 학습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의 학습동기를 파악하고, 공부의 중요성을 알려줘야 한다.

두 번째는 학습계획. 자녀의 성격에 맞는 시간 관리법을 파악하고 학습 계획 세우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세 번째는 배우기이다. 자녀의 학습 스타일에 맞는 공부 환경을 조성하고,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는 익히기 단계다. 특히 학원이나 과외보다는 자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는 시험보기. 자녀가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시험을 불안해하는 자녀에게는 ‘성적이 곧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진단과 평가다. 평소의 학습 습관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결과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권 팀장은 “자녀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은데 이는 옳지 않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녀가 변하려면 부모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자녀와 대화할 때 부모가 조심해야 할 점 8가지

①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솔직해져라.

② 얼굴표정 목소리와 일치되는 말을 해라.

③ 불만이 있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해라.

④ “너는∼이다”라는 표현 대신 “너는∼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해라.

⑤ ‘너는 집에 너무 늦게 들어온다”보다 “나는 네가 너무 늦어 걱정했다”고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⑥ 자녀에 대한 사랑과 애정, 부모의 기쁨과 행복을 자주 표현해라.

⑦ 쉽고 명확한 말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라.

⑧ 일방적으로 말하지 말고 자녀의 의견을 들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