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중국 베이징에 있는 MS아시아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될 한국 이공계 석박사 과정 학생들. 이들은 “글로벌 기업의 ‘큰물’에서 미래를 위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베이징=김선미 기자
25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에 있는 프렌드십 호텔은 흡사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250여 명의 참석자는 댄스와 연극을 보면서 흥겹게 음식을 즐겼다.
이날 행사는 베이징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연구소(MSRA)가 전 세계에서 모인 자사(自社) 인턴들의 여흥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한국인 인턴 9명이 무대에 올라 중국 가요 ‘펑유(朋友·친구)’를 부르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들은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마련한 ‘글로벌 인턴십’의 첫 수혜자로 6개월 동안 MSRA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MS가 한국의 이공계 인력 가운데 그룹 단위로 인턴을 선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1만여 명 배출… 한국 인재에겐 새 기회
한국MS와 교육부는 5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 사업을 실시한다. 한국 인턴들은 교육부로부터 체재비를, 한국MS측으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교육부는 앞으로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도 연계해 이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포항공대) 연세대 등에서 선발된 9명은 석사과정 1명과 박사과정 8명으로 구성됐다. 전공은 무선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등.
베이징을 비롯해 전 세계에 6곳의 연구소를 둔 MS는 1997년부터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면서 젊은 인재 발굴에 적극적이다.
3개월부터 1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인턴십을 통해 자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재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 지금까지 MS 인터십을 거친 세계 각국의 인재는 1만 명을 넘는다.
석사를 마친 뒤 LG전자에서 2년 동안 일했던 서성훈(31·연세대 박사과정) 씨는 “국내기업은 빠듯한 일정에 쫓겨 제품 개발만 시키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는 깊은 연구를 할 수 없다”며 “한국 이공계 학생들에게 MS 인턴십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MS ‘1대1 멘터’ 통해 ‘젊은 아이디어’ 얻어
한국인 인턴 9명은 내년 2월까지 MSRA 선임 연구원들과의 ‘1 대 1 멘터(mentor·상담)’ 제도를 통해 이 연구소의 연구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0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는 MSRA에는 250명의 인턴이 일하고 있다.
MS는 이날 여흥 행사에만 2억 원을 썼다. “즐겁게 연구하려면 즐겁게 놀아야 한다”는 게 MS 측의 설명.
또 MSRA에 있는 인턴 가운데 1년에 한 번씩 10여 명의 뛰어난 인턴을 선발해 미국 시애틀에 있는 빌 게이츠 MS 회장의 저택으로 초대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에는 “인턴이 연구원보다 대우가 낫다”는 말도 있다. 각 대학의 장학생을 선발해 이 회사의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소개하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유학하다 MSRA 인턴십에 참여했다는 프랑스인 조나탕 르루(27) 씨는 “MS 측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인턴십 제도를 운영한다고 말하지만, 젊은 학생들이 제공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MS 기술 개발에 활용한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