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스포츠의류 제조회사 스켈리도스포츠의 윤진혁 사장. 프로야구 7개 구단 선수들의 ‘속옷’을 갈아입히는 데 성공한 그는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지난해 1월 경기 구리시의 LG트윈스 전용 야구장. 훈련을 마치고 나오던 서용빈 선수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5분만 시간을 내 달라”고 사정했다. “누구냐”고 물을 새도 없이 이 남자는 셔츠 2장을 들이밀었다. 그러면서 “한 번만 입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용빈은 얼떨결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서용빈이 입었던 그 옷을 지금은 프로야구 7개 구단 선수들과 축구스타 이천수 안정환 최진철이 입고 뛰고 있다.》
○“호주로 100장 보내 달라”
사흘 뒤 서용빈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옷을 몇 장 더 받고 싶다”고 했다.
한 달 뒤에는 LG트윈스 관계자에게서 “호주 전지훈련 캠프로 셔츠 100장을 보내 달라”는 국제전화가 걸려 왔다.
그 옷은 그 윤진혁(39) 스켈리도스포츠 사장이 개발한 전문가용 스포츠 의류로 운동선수들이 속옷처럼 입는 ‘미들웨어’. 야구선수 셔츠 밖으로 나온 긴팔 부분으로 겉옷 역할을 한다.
윤 사장은 1992년 상지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스포츠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조지아스테이트대에서 체육학을 공부하고 1994년 귀국한 뒤 친구와 함께 조그만 무역회사를 차렸다. 일하면서 그는 국민대에서 다시 스포츠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어느 정도 돈을 모은 2004년 10월 스켈리도스포츠를 창업했다.
미국 유학시절 국내에는 없는 현지 업체의 선수용 의류를 보면서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면 저런 옷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이룬 것.
그가 직접 개발해 서용빈에게 전달한 옷은 ‘드라이존’이라는 순수 국산 원단을 사용했다.
가볍고 땀이 차지 않는 데다 보온 기능이 뛰어나 체온을 유지시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게 윤 사장의 설명.
○ 삼성 한화 등 7개 구단에서 사용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LG트윈스는 스켈리도와 2006년 용품 공급계약을 했다. 입소문은 LG와 경기를 벌이는 상대팀을 통해 다른 구단으로도 차츰차츰 퍼져 나갔다.
윤 사장은 부지런히 구단 용품 담당자들을 찾아다녔다. 삼성 한화 등 7개 구단은 작년 말 스켈리도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미국 제품을 사용하는 현대 유니콘스만 예외였다.
삼성라이온스 용품담당 유동효 과장은 “기능성 경기복을 만드는 국내 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다른 의류보다 기능이 뛰어나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고 말했다.
○“한국의 나이키가 되겠다”
현재 안정환 이천수 최진철 등 축구선수들과 위니아, 강원랜드, 고려대, 연세대의 아이스하키팀 선수 등이 스켈리도 의류를 입고 있다.
윤 사장은 6월부터 인터넷(www.scelido.co.kr)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판매하고 있다. 물론 ‘경기력’보다는 ‘패션’을 더 고려하는 일반인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그는 “스포츠를 아는 소비자라면 선수들이 인정한 제품을 원할 것”이라며 “한국의 나이키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