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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역사는 한류-침략의 반복史”… 신간 ‘단도와 활’

입력 | 2006-08-29 03:00:00


“왜나라 정세를 예의 주시하되, 왜나라와 우호는 끊지 마시옵소서.”

성종이 병환으로 위독한 신숙주를 찾아 후세에 남길 말을 묻자 그가 이렇게 답했다. 신숙주는 세종 25년(1443년) 서장관(書狀官) 자격으로 일본을 다녀온 뒤 조선 최초의 일본 연구서 ‘해동제국기’(1471년)를 집필했다.

‘계일(戒日)’과 ‘지일(知日)’을 강조한 그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100여 년 뒤 조선이 당쟁에 휩싸여 왜의 실체 논란이 한창일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한반도를 유린했다.

언론인으로 일본에서 17년간 활동한 채명석(자유아시아방송 도쿄 리포터·사진) 씨는 최근 펴낸 ‘단도와 활’에서 일본의 호전성이 고조되면서 한일관계에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고 경고한다. 그는 한일관계 1300년의 역사에서 ‘한류와 일본의 침략’이 반복됐음을 강조하며 ‘한류’로 일본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진 지금이야말로 신숙주의 충고를 되새길 시기라고 강조했다.

채 씨는 일본이 ‘백촌강 전투’(663년)에서 종주국인 백제군과 함께 나당연합군에 패퇴한 뒤 한반도를 “일본 열도를 향해 돌출된 흉기인 단도로 여겨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구부러진 모양의 섬인 일본이야말로 한반도를 위협하는 활”이라고 비유했다.

채 씨는 “일본은 필요에 따라 친근한 ‘다테마에(建前·겉표현)’를 내세워 한국문화를 수용해 내실을 기한 뒤 늘 한반도를 침략하는 ‘혼네(本音·속마음)’를 표출했다”며 “지한(知韓)은 혐한(嫌韓)과 통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겨울연가’나 ‘용사마’ 열풍 등 한류로 인해 양국이 가까워진 것처럼 착각한다”며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려는 헌법개정이나 우익세력의 강화가 일본의 ‘혼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서 ‘지일파(知日派)’를 자처하는 사람 가운데 ‘다테마에’에 속은 친일파도 많아 일본을 경계하기 어렵다”며 우려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