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상황은 산업혁명이 유럽을 휩쓸던 1800년대 중반의 상황과 일치한다.”
앨빈 토플러가 새로운 부(富)의 혁명의 도래를 예고하고 나섰다. ‘제3의 물결’의 저자인 그가 15년 만에 다시 전 세계가 부의 혁명의 시작점에 놓여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는 ‘부의 미래’라는 저서를 통해 새로운 혁명의 요인으로 시간(속도), 공간, 지식을 꼽는다. 기업 등은 빠른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와 관료 조직, 정책과 법 제도가 이에 크게 못 미쳐 속도 불균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한 지식혁명의 물결을 타고 미국에서 아시아로 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식이 상호 작용하면서 무한대의 속도로 커 가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지식, 이른바 ‘무용 지식’이 양산되고 이것이 진실과 뒤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혼란기에 인류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판매나 교환은 안 되지만 정보기술(IT)을 능숙히 씀으로써 사회비용을 줄이는 비화폐적 효용 등을 국내총생산(GDP) 등의 화폐경제지표에 반영하는 문제라든지,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수많은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를 구입해야 하는 잉여복잡성의 해결 등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마일리지 제도에서 보듯이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비화폐적 구매 행태가 일반화될 것이며, 잉여복잡성은 대량생산체제의 유물이 되어 맞춤형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시장은 폭이 좁고 수명이 짧은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 같은 부의 혁명은 한국에 많은 과제를 던져 주지만 대처하기에 따라 매우 낙관적인 미래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첫째로 속도가 부의 원천이 되는 사회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다. 글로벌화하는 경제에서 시장은 확대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속도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제조업체에서 연구원 중심회사로 바뀐 지 오래다. 지난 10년간 기업, 대학의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및 미국특허등록 건수 증가율은 같은 기간 GDP 증가율의 6배이다. 우리 사회가 지식 중심 사회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변혁을 주도하는 기업과 달리 노조 정부 학교 정치권은 느려 터진 걸음으로 변혁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결국 정부, 교육시스템, 정치권의 변혁 없이는 선진경제로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둘째로 지구촌의 부가 지식혁명의 진전에 따라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은 우리에게 희망 섞인 메시지를 던져 준다. 인접한 인도와 중국, 일본의 경제적 위치가 커짐에 따라 우리의 잠재 경제성장률을 높이거나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통합을 앞당겨 이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동북아에서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능력을 배양하도록 교육시스템을 개편하고, 중소기업 및 농업 부문 구조조정에 대비한 사회통합의 노력도 미리 기울여야 한다.
셋째로 미래 통일한국에 그동안 유지해 왔던 역동성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이다. 한국은 불과 한 세대 안에 제1, 제2, 제3의 물결을 모두 이뤄 낸 나라다. 이제 미래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가장 이질적인 두 개의 시스템을 하나로 묶고 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세계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빨리빨리’에 익숙한 속도 지상주의의 한국과 허허벌판에 더디고 더딘 북한과의 속도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면서 지식혁명을 이루느냐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극단의 변화를 이해하고 조율할 사회발명가(social inventor)가 절실한 때이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