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매니페스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한국과 일본의 매니페스토 운동과 한국 17대 대선에서의 정책선거 유도 방안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승모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회자인 소네 야스노리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장. 사진 제공 일본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
내년 치러질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은 공약들이 비전을 형성할 수 있게 종합적인 측면을 보면서 ‘깜짝 공약’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의견이 제시됐다.
28일 일본 게이오대에서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와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한일 매니페스토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17대 대선이 정책 선거가 정착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윤승모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소네 야스노리(曾根泰敎)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장, 기타가와 마사야스(北川正恭) 와세다대 매니페스토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임 교수는 “한국 정치의 큰 특징은 대통령 중심의 권력 불균형과 대통령의 자의적 국정 운영”이라며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권력에 견제를 가할 수 있는 매니페스토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정책 쟁점이 엄청나게 많이 드러나는 대선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정책공약으로도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며 “대선 매니페스토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성격을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지엽적인 사안에 머물게 하기보다는 후보들이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
임 교수는 “대통령은 최고정책결정자이기도 하지만 국민과 국가 전체의 대표라는 상징성도 있다”며 “여러 정책공약 간의 조율에 신경을 쓰고 이것들이 합쳐져 일관된 비전을 형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차장은 “과거에도 대선 후보 진영이 발표한 각 분야 정책 공약들은 전문가들이 참여해 나름대로 내부 검증을 거친 것이었다”며 “문제는 이처럼 준비된 공약이 아닌 선심성 ‘깜짝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윤 차장은 “대통령의 경우 임기가 정해져 있고 당선 뒤에는 실질적인 견제가 불가능하다”며 “당선 뒤 이행 평가보다는 각 대선 후보들이 선거일에 임박해 발표하는 ‘깜짝 공약’을 어떻게 제대로 검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타가와 연구소장은 “일본도 2003년 지방선거 당시 매니페스토 선거를 치른 경험이 정권 차원의 매니페스토로 발전하고 있다”며 다음 달 15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매니페스토가 적용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도 5·31지방선거에서의 경험이 17대 대선을 정책선거로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