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오 도쿄(東京)의 쇼핑 중심가이자 관광명소인 긴자(銀座) 거리.
그중에서도 ‘긴자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미쓰코시 백화점 양옆과 뒤편 보행로에는 50여 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빨리 치우지 않으면 행정당국이 강제로 견인하겠다’는 노란 경고장이 붙어 있는 자전거도 적지 않았다.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100m가량 떨어진 쇼와(昭和) 거리에는 ‘자전거를 세우지 마세요’라고 쓰인 경고판 아래 자전거 수십 대가 보행로의 절반을 차지한 채 늘어서 있었다.
긴자 일대뿐 아니라 도쿄역, 대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는 오테마치(大手町) 정 주변도 사정은 비슷했다.
도쿄 도심이 ‘자전거 대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무질서하게 방치된 자전거들이 도시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요금과 통행료, 자동차 주차비가 웬만한 월급쟁이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싼 일본에서 자전거는 생활필수품으로 통한다.
2004년 현재 일본의 자전거 보유 대수는 6795만 대에 이른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자전거를 갖고 있다 보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외 없이 자전거 불법 방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밀집도가 높고 자전거 보유 비율도 인구 1.5명당 1대꼴로 평균 이상인 도쿄 도는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다행히 주택가의 역 주변은 유료주차장(월 5000엔 안팎) 확충과 집중단속으로 자전거 불법 방치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쇼핑센터와 사무용 건물이 밀집한 도심은 오히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인구의 도심 회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전철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통근하거나 쇼핑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의 빌딩관리회사들은 유료 주차 공간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자전거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