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가급적 미루거나 아예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차일드리스(childless)’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삶이 ‘차일드리스 문화(culture of childlessness)’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9월 4일자)가 소개했다.
독일에서는 대학 이상 학력의 여성 중 30%가 평생 아이를 갖지 않고 영국에서도 아이 없는 삶을 택하는 여성이 지난 20년간 두 배로 증가했다. 일본 역시 30세 이상 여성의 56%가 아직 출산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인 ‘가족관’이 우세한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아이 없는 삶’과 관련한 서적들이 별도 시장을 형성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차일드리스는 매우 정상적인 삶의 유형 중 하나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여성 언론인 출신 니키 디파고 씨의 ‘무자녀 사랑하기(Child-Free and Loving It)’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영국차일드프리재단(British Childfree Association)’처럼 아이 없는 삶을 택한 이들끼리의 유대와 사교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아용품 시장 대신 애완동물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맞춰 혼다는 아기용 시트 대신 애완견 침대를 장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내놨다.
부동산 및 레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다. 영국에서는 10대 청소년이 있는 가족이 입주하면 그 동네의 부동산 가격이 5% 정도 하락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반면 고소득에 소비 성향이 비교적 강한 아이 없는 커플은 호주 부동산 시장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부 리조트나 식당은 ‘차일드리스’ 커플을 위해 아예 어린이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이 곧 출산율 저하와 연관돼 있으며 그 책임을 당사자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최근 아이가 없는 25∼50세 부부에게 ‘벌금형’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