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러시아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는? 답은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 인구 71만 명의 소국이 인구 1억4000만 명의 러시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이유가 뭘까.
“초등학생들도 답을 알고 있습니다. 키프로스는 수많은 러시아 사업가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몰려갔던 곳이거든요.”
러시아 국영 즈베르은행에서 일하는 아나톨리야 나데즈다(34·여) 씨의 말. 그는 “최근 러시아 경제가 나아지자 숨겨둔 돈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은 키프로스와 같은 조세피난처에 돈을 숨겨둔 사람들을 겨냥해 “이중 국적을 악용해 가며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을 몰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세피난처란 기업이나 개인에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만을 적용하는 지역. 러시아 사업가들은 1990년대 초반과 2004년 당국이 탈세 조사를 시작할 때마다 이런 지역으로 자금을 빼돌려 ‘자본 엑소더스(대탈출)’ 사태를 불러왔다.
영자지 모스크바 타임스는 지난 한 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 가운데 러시아에 유입된 펀드가 가장 많았다고 28일 보도했다. 러시아 7100만 달러, 인도 6900만 달러, 중국 6300만 달러, 브라질 2000만 달러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다른 브릭스 국가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놀라는 표정. 러시아 상업은행인 알파은행 수석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위퍼 씨는 “러시아가 파리클럽에 대한 대외 채무를 청산한 이후 개인 투자가들이 러시아를 ‘투자 천국’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주간지 아르구멘트이팍트의 시각은 다르다. 이 잡지는 “최근 러시아로 몰려오는 돈의 국적을 분석하면 2004년까지 조세피난처인 키프로스, 버뮤다, 케이맨 제도, 버진아일랜드로 달아났던 러시아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로 자금이 U턴하는 것은 조세피난처의 자금 규제 강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은 22일 ‘러시아 재벌의 금고’ 역할을 했던 키프로스에서 법인세율이 대폭 올라가자 자금 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