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앗아간 암, 그 암을 정복하고 싶었던 소년. 세상일을 자기 뜻대로 했던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을 쏙 빼닮았던 한국계 소년. 이 소년이 41세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코로나 지역 의료센터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최근 임명돼 화제다.
26일 미국 프레스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켄 리버스(사진) CEO는 12세 때 한국인 어머니 카리스타 씨를 잃었다. 10년 동안 암투병 끝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6·25전쟁 직후 한국에 근무했던 미군 대니얼(72) 씨와 결혼해 2남 2녀를 두었다.
리버스 씨는 “암을 치료하고 싶은 열망이 너무 깊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의료계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후 외과 대신 보건행정에 뛰어들었다. 더 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월넛고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1987년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23세에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병원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29세 때 이미 첫 CEO가 됐다.
신문은 리버스 씨의 혜성과도 같은 성공신화의 배경에는 어머니의 삶과 죽음이 있다고 전했다. 리버스 씨도 매사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어머니라고 밝혔다. 어머니는 잠시도 그냥 있지 못하는 강한 여성이었고 아이들도 그렇게 살기를 바랐다는 것.
리버스 씨는 228개의 병상을 갖춘 코로나 의료센터 근처로 이사했다.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CEO가 관내에 거주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병원 측이 말할 정도. 하지만 주말에는 홀로 키우는 빅토리아(15) 양과 케니(11) 군을 위해 모든 시간을 바친다.
또 그는 적십자와 암협회, 심장협회, 소년소녀클럽과 같은 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여가시간에는 수준급 골프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어릴 때 수영과 사이클 선수로 활동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수구 미국 대표 선발전에도 나섰던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리버스 씨는 “어머니의 죽음은 우리가 우리 삶 전체를 좌우할 수는 없지만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함께 있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대니얼 씨는 “아내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아이들을 훈육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