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한 직원이 28일 증거물로 압수한 200여만 장의 ‘딱지상품권’을 살펴보고 있다. 이 딱지상품권을 오락실에 유통시킨 업자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구속됐다. 김재명 기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1000만 장에 이르는 미지정 상품권(딱지상품권)을 만들어 전국에 대량 유통한 혐의(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제조업체 G사 대표 김모(52) 씨와 총괄영업이사 소모(50)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지난달 5일부터 약 2개월에 걸쳐 이들에게서 30억 원 상당의 5000원권 딱지상품권 60만 장을 공급받아 7억5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Y성인오락실 업주 이모(52) 씨 등 2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산림동 세운상가에 회사를 차리고 최근까지 1.5t 트럭 10대분에 해당하는 딱지상품권 1000만 장을 찍어 낸 혐의다.
이들이 만들어낸 상품권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101곳의 성인오락실에 공급돼 오락실 경품으로 사용됐으며 이는 시가 500억 원 규모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자신의 회사가 경품용 상품권 지정발행사가 되기 위한 조건에 미치지 못하자 지정업체 신청을 포기하고 딱지상품권을 발행해 왔다는 것.
김 씨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지정한 19개 업체만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한 현행 제도를 두고 “문화관광부의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은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무효”라며 지난해 10월 28일 헌법소원도 낸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오락실 업주들 역시 최근 검찰의 상품권 발행사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이른바 ‘상품권 품귀 현상’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환전수수료까지 지정상품권의 절반(장당 50원 선) 수준으로 싼 딱지상품권을 선호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날 경북 포항시에서는 자신의 오락실에서 자체 제작한 딱지상품권 2만 장을 사용한 박모(55) 씨가 붙잡혔다.
대구에서도 5000원권 딱지상품권 5000여 장을 직접 제작해 손님들에게 사용하게 한 G오락실 업주 서모(34) 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최근 단속이 심해지면서 정상적인 상품권 유통이 어려워지자 투자비를 건지려는 성인오락실 업주들이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