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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제주 가는 배는 사랑을 싣고…

입력 | 2006-08-29 06:58:00


“짧은 여정이었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국내 최대 연안여객선사인 목포씨월드고속훼리㈜ 이혁영(60) 회장은 최근 제주도로 ‘아름다운 뱃길 여행’을 다녀왔다.

이 회장은 이번 여행에 필리핀, 러시아, 중국 등 외국인 근로자 138명과 목포, 무안, 영암, 해남 등 전남 서남권 소년소녀가장 131명 등 모두 287명을 초대했다.

타국의 산업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로하고 부모 없이 지내는 소년소녀가장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1만2000t급 ‘뉴씨월드고속훼리’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이들은 1박 2일 동안 천지연폭포, 여미지식물원, 성산 일출봉을 둘러보고 돌고래 쇼 등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외국인 근로자 320명을 초청해 가졌던 송년회 밤 행사 때 “고향 같은 분위기가 나는 제주도를 한번 가 보고 싶다”는 한 필리핀 노동자의 얘기를 듣고 이번 여행을 준비했다.

경비 4000만 원도 전액 부담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이번 여행에 목포지청 하재욱, 김호삼 검사도 초청했다.

검사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지내며 애로 사항을 듣고 법률 상담을 해 줬다.

목포지역 조선업체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프리셀로노 센티노(52) 씨는 “배에서 공연하는 필리핀 가수들을 보고 너무 기뻐 밤늦게까지 부둥켜안고 춤을 췄다”며 “동료 근로자들과 푸른 제주 바다에서 나눴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4년 전부터 여름방학 때 소년소녀가장들을 초청해 무료로 제주도 여행을 시켜 주고 있다.

또 ‘사랑의 공동체’라는 모임을 만들어 소년소녀가장에게 매년 3000여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해운업계에서 일하다 6년 전 목포씨월드고속훼리를 인수한 이 회장은 적자인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고 지난해에는 해운업계 최고상인 연안여객선 고객만족 경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여행을 다녀온 외국인 근로자가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릴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차원에서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행사를 자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