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모델료는 결국 소비자 지갑에서 나가는 게 아닌가요? 아직도 모델 얼굴만 보고 물건을 사는 줄 아나 본데 기업들 정신 차리시오.”
거액의 스타 모델료에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발단은 28일 탤런트 김태희의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헤라(HERA)’ 2년 전속 모델 계약 체결이다.
∇“김태희, 2년간 업계 최고수준 광고료 챙겨”∇
광고업계는 김태희의 모델료를 ‘1년에 1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속사와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정확한 모델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 최고 모델료 경신’, ‘국내 20대 모델 중 톱 클래스 수준’이라는 양측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얼추 그 정도라는 것. 지금까지는 톱스타 고현정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후’ 등과 1년 전속모델 계약을 하면서 10억 원 가량의 개런티를 받은 것이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영애가 ‘후’와 2년 계약을 하면서 20억 원 가량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거기다 계약 체결이 채 끝나기도 전인 지난 21일, 김태희의 소속사 나무엑터스가 “5년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몇몇 언론들은 “김태희가 모델료 50억 대박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여과 없이 독자들에게 전해졌고 사실로 굳어졌다.
비록 2년 계약이 5년 계약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김태희의 거액의 모델료는 누리꾼들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아모레퍼시픽에 항의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이 전개돼 28일 하루만에 2000여명이 참여했는가 하면 토론장에는 거액의 모델료를 질타하는 글이 인기글로 등록됐다.
∇누리꾼들 “수십억 모델료 거품 지나쳐”∇
한 누리꾼(ID 한국뻥축구)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린 ‘화장품 모델료 XX억-이건 미친짓이다’는 제목의 글에서 “대체 화장품 팔아서 얼마나 대박이 터지기에 그런 거금을 모델 한사람에게 선뜻 내준다는 것인가”라며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꾸는 거금인데 차라리 그 돈으로 결식아동이나 불우이웃, 독거노인을 도우면 칭찬도 받고 매출도 상승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델료나 광고의 거품을 먼저 빼야 화장품 값도 자리를 잡을 것이고 그래야 소비자들의 지갑도 가벼워 질 것”이라며 “모델 한사람 대박 터져 웃게 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이 모두 기쁘게 웃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글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에 ID ‘긍정의 힘’은 “결국엔 화장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킬 게 아닌가, 소비자만 봉인 셈”이라며 “세상 모든 일에는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게 있는 건데 수십억은 너무 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시냇물소리’는 “미국의 톱 모델도 2억이면 비행기 타고 날아온다고 한다”며 “한국 기업은 모델료 쓰는 것을 무슨 과시용인 줄 안다”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그 XX억을 제품 홍보보다는 품질을 향상 시키는데 쓰는 것이 옳지 않을까(달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밀알’은 “이러다간 우리나라가 거품에 삼켜져 버리는 건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라며 “온 나라가 알맹이는 없고 겉만 오색찬란하게 포장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광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모델을 얼마를 주고 쓰느냐는 그 기업의 자유’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다.
∇광고주측 “화장품은 생필품 아닌 감성 상품”∇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헤라는 95년도에 런칭돼 10년이 넘은 제품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해 ‘20대의 젊은 모델’을 기용하게 됐다”며 “모델료가 거액인 것은 백화점 내에서 수입 브랜드와 경쟁하는 고급 이미지의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라를 단순한 생필품이 아닌 ‘감성 상품’으로 봐 달라”며 “구매 고객들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이고, 이미 검증된 만큼 신규 브랜드처럼 주목을 끌기 위해 깜짝 광고를 시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거액의 모델료로 제품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며 “이미 헤라는 기초 제품이 올 초에 싹 바뀌었고 메이크업 제품도 지난해 말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제품 가격이 변동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거액의 광고 모델료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남양유업은 탤런트 최진실과 8억 원짜리 광고계약을 했다가 “막대한 모델료를 쓰느니, 분유값을 인하하라. 안 그러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성난 주부들의 항의로 홍역을 치렀었다. 소비자들의 거센 반대로 결국 남양유업은 최 씨의 광고를 포기해야만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