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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카페]천재들이 설 땅

입력 | 2006-08-30 03:04:00


《천재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집니다. 평범한 ‘붕어빵’들도 만들어집니다. 괜찮은 상상력들이 ‘회사’라는 공장에 들어가면 그저그런 생각들로 뭉개집니다. MS의 ‘인재 키우기’는 달랐습니다. MS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다녀온 송유근 군과 동행해 본 느낌입니다.》

그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며 어머니 품을 파고드는, 영락없는 어린이였습니다.

아홉 살의 천재 소년으로 올해 3월 인하대에 입학한 송유근 군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초청해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그와 동행했습니다. 비행기 옆자리에서부터 그에 대한 관찰을 시작했죠. ‘천재는, 특히 어린 천재는 무엇이 다를까’하고.

솔직히 송 군은 평범했습니다. 천재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을 겁니다.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을 ‘해모수’라고 답하기에 ‘역사도 잘 아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즐겨보는 TV 드라마 ‘주몽’의 등장인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인내심과 집중력에 놀랐습니다. 어른도 소화하기 버거운 일정에 군말 한번 없었습니다. 심심하다 싶으면 종이를 꺼내 들고 미적분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박옥선(47) 씨는 집에서 아들을 가르쳐 고등학교 검정고시 과정까지 마치게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부모의 욕심에 아이가 고생한다”는 말도 합니다.

박 씨는 “한국 사회가 스포츠 스타에는 열광하면서도 유독 천재에 대해서는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외국 아이들과 창의력을 경쟁해야 할 때 영어를 배우느라 시간을 뺏기기가 아깝다는 자신감입니다. “유근이의 능력이 필요하게 되면 외국인들이 오히려 한국어를 배우겠죠”라는 말도 하더군요.

송 군과 지내면서 ‘천재는 타고나기보다는 공들여 만들어진다’란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MS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해 인재를 확보한 뒤 정성스럽게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상당수 국내 기업은 우수한 사원을 뽑고도 이내 ‘하향 평준화’합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가능성’을 가진 송 군을 깎아내리는 일부의 소리에 ‘천재’를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봅니다. 하긴 국내 기업을 떠나는 인재들 사이에서 “회사의 소모품이 되기는 싫다. 발전하고 싶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