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지 1년이 넘도록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카트리나-미국 최악의 재난’이라는 이름의 버스여행은 바로 그런 뉴올리언스를 ‘관광’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심가 프렌치쿼터에서 출발해 슈퍼돔, 컨벤션센터를 지나며 폐허가 된 도시를 둘러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1인당 35달러. 또 53달러짜리 ‘이사벨과의 투어’는 무너진 제방으로 여행객을 안내한다.
뉴올리언스 주민들은 이곳저곳 사진을 찍어대는 여행객에게 짜증을 내지만,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런 여행이야말로 허리케인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교육 기회”라고 주장한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29일 엄청난 천재 또는 인재의 현장을 방문하는 호기심 많고 대담한 여행객이 늘고 있다며 이른바 ‘재앙 휴가(disaster vacation)’ 여행지 5곳을 웹사이트에 소개했다.
두 번째로 꼽힌 곳은 1986년 핵 누출 사고가 난 체르노빌.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밴이나 버스가 출발한다.
사고 이후 주민 10만여 명이 떠나 텅 빈 ‘유령 마을’과 낙진으로 인해 생겨난 ‘붉은 숲’을 둘러볼 수 있고 먼발치에서 사고 원자로를 관찰할 수도 있다. 수백 달러의 비용이 들며 갈아입을 옷과 신발, 점심은 물론 방사능측정기도 제공한다.
2004년 남아시아 일대를 휩쓴 지진해일(쓰나미) 현장도 인기 여행지다. 영국의 ‘디퍼런트 트래블’ 같은 여행사들은 관광과 자원봉사를 결합한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1980년 대폭발 이래 여전히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 주의 세인트헬렌스 화산도 소개됐다. 지난 2년 동안 등반이 금지됐다가 최근 해제됐다. 여전히 증기와 화산재를 뿜어내고 있는 세인트헬렌스 화산 등반에 가장 필수적인 장비는 비상 대피용 천막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호시냐는 ‘경제 재앙’의 현장. 현지 가이드들은 파벨라스(favelas)라 불리는 무허가 판자촌으로 여행객들을 안내한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