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올해 적자로 돌아선다는 소식이다. 2002년까지 적자였던 건강보험은 이후 2003∼2005년 보험료 인상과 국고 지원 덕분에 흑자를 유지하다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은 9조6174억 원을 거둬들였지만 10조3839억 원을 지급했다. 상반기에만 77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도 연말까지 약 2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의 원인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음을 반영하듯 노인 가입자의 급여비가 대폭 늘어난 탓도 있지만, 돈 쓸 곳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혜택만 늘린 방만한 운영 탓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암과 심장병 환자 부담을 낮추고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등 수십 가지의 진료에 대해 연간 1조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또 현재 64%인 암 환자 건강보험 지원 비율을 2015년까지 80%로 늘린다고 밝힌 바 있다. 매년 5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사업이다.
반면 수입은 예상처럼 쉽게 늘어나지 않았다.
담뱃값을 올려 올해 1450억 원, 내년에는 3570억 원을 건강보험에 넣으려고 예산을 짰으나 담뱃값을 올리지 못했다. 하반기에는 병원 식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 돈 쓸 곳이 크게 늘어난다. 결국 적자만큼 보험료와 국고 지원액을 올려 메워야 할 판이다. 하반기에 식대 보험 지출이 본격화되고 초음파 촬영, 1∼3인 병실료에 보험을 적용하면 지출은 급격히 늘 전망이다.
건강보험의 혜택을 늘리는 것은 국민 보건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입은 한정돼 있는데 지출만 마구잡이로 늘린다면 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건전한 보건 소비를 위한 문화적인 접근도 동반돼야 한다. 최근 복지부가 밝힌 의료급여수급자의 과다진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남 여수시에 사는 정신지체장애 3급인 환자 2명은 하루 동안 무려 27개 병원을 ‘쇼핑’하다시피 다니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70여 군데 병의원을 다니면서 무려 3341장의 처방전을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2명에게 나간 의료급여비는 무려 6500만 원에 이르렀다.
건강보험 재정을 취약하게 하는 과다진료와 의료쇼핑, 과다한 약 처방은 고스란히 우리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유종 교육생활부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