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할인매장 월마트와 민주당 의원들의 신경전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워싱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민 표를 의식한 민주당 의원들이 “월마트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폐해의 상징”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 이에 맞서 월마트는 광고 공세와 정치후원금을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
▽힐러리 후원금 거절=월마트는 지난해 매출 3160억 달러에 11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세계 최대의 할인점 업체. 최저가로 상품을 공급한다는 정책을 큰 매력으로 내세운 대신 저임금, 납품업체에 가격 하락 강요,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월마트가 들어서는 곳에는 주변의 다른 소규모 상점이 모두 문을 닫는다”는 비아냥거림과 “값싼 중국산을 대거 수입해 미국경제를 무너뜨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올해 초 월마트가 5000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하자 “악덕 기업의 돈은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돌려보냈다. 1992년 6년간 월마트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 온 경력이 지적되자 힐러리의 측근은 “그는 안 변했는데 월마트가 변했다”고 말했다.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은 8월 민주당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서 네드 러몬트 후보와 경쟁적으로 월마트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민주당지도위원회(DLC) 회장인 톰 빌색 아이오와 주지사와 에번 베이 상원의원도 반(反)월마트 유세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리 레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조지프 바이든 의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도 속속 가세했다. 이들은 월마트에 반대하는 전국 버스투어의 일부 구간에 동참했다.
제시 잭슨 주니어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에 월마트 점포가 들어서면서 3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돈이 많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줄 수 없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의 강도를 낮추지 않았다.
▽“우리는 정치 희생양”=월마트는 2008년 대선까지 공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28일부터는 회사 홍보 광고를 시작했다. 곧 미 전역에서 방영될 예정인 TV광고에는 회사의 자선사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 직원들의 밝은 표정이 소개된다.
민주당을 포섭하기 위한 로비스트 영입 및 홍보회사 고용도 확대했다. 후원금은 민주당의 흑인 및 히스패닉계 의원들에게 집중시켰다. 월마트 전체 고용자의 16%는 흑인, 10% 이상은 라틴 계열이다. 10년 전만 해도 전무했던 민주당 후원금은 현재 30%까지 비율이 늘어났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